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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자유론 - 자유는 상처를 먹고 자란다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이남 편역 / 포텐업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자유는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능력이다
『초역 자유론』은 흔히 말하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고전’으로만 읽기엔 아까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자유보다도 ‘불편함’이었다. 자유는 늘 멋진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생각을 그대로 두는 인내, 내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견디는 힘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우리는 종종 자유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밀은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진짜 자유는 내가 불편해지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생각이 존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곱씹는 동안,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답답해했고, 동의하지 않으면 속으로 판단해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자유를 중시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타인의 자유에는 인색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틀릴 자유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틀릴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밀은 사회가 개인의 생각과 선택을 지나치게 보호하거나 통제할 때, 오히려 인간의 사유 능력이 퇴화한다고 말한다. 실패하고, 실수하고, 비판받는 경험을 통해서만 사고는 단단해진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 역시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신념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 자신에게만 그 기준을 적용하고 타인에게는 쉽게 잣대를 들이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역 자유론』이 특별한 이유는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너는 자유로운 사람인가?”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너는 타인의 자유 앞에서 얼마나 성숙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기보다는,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느려진다.
자유는 목소리를 높이는 능력이 아니라, 다름을 견디는 힘이다.
『초역 자유론』은 그 사실을 단단하게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생각하는 힘이란 결국, 나와 다른 세계를 밀어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웠다.
내가 예상 했던 것보다 배움의 깊이가 컸고, 마음을 깊이 울리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