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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확신 -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이를 위한 자기대화 심리학
허용회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12월
평점 :

나답게 살고 싶다
누구나 이 문장에 현혹된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약 1년 전부터는 그 문장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말만으로는 삶이 단단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책이 『자기확신』이었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며, 결국 필요한 것은 확신이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생각이 멈췄다. 그동안 나는 충분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결심을 반복하고 있을 뿐 스스로를 믿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에서는 우리가 평생 '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적어도 나는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꽤 오래 붙잡고 살아왔다는 점만은 인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제시하는 다음 단계가 막연하지만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서사 정체성이라는 개념
서사 정체성이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단순한 사건의 집합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일을 겪지만,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하느냐에 있다.
이 관점에서 삶의 이야기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경험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과거를 다시 바라보고, 그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도 달라진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시점에,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또한 서사 정체성은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상이라 해도, 그 안에는 각자의 선택과 감정, 망설임이 축적되어 있다. 이 작은 경험들이 쌓여 개인만의 관점과 자존감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특정한 순간들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상치 못한 선택, 실패, 변화의 시점들은 이후의 사고방식과 관계, 감정 반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정리된 삶의 이야기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기준이 되고, 동시에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다짐 보다 '확신'
『자기확신』이 말하는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삶을 바꾸는 힘은 큰 결심이나 단호한 선언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변화의 출발점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태도가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일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유를 찾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아, 지금은 이런 마음이구나" 하고 멈춰 서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인식이 쌓이면서 비로소 선택의 방향이 달라진다.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느리고 번거롭다. 한 번의 통찰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같은 감정을 여러 번 마주하고 조금씩 다른 태도로 받아들이는 반복에 가깝다. 나 역시 여전히 그 과정 한가운데에 있다. 완벽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처럼 감정을 밀어내지는 않게 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책을 덮으며
'나답게 산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눈에 띄는 성취가 아니라, 내가 반복해온 경험과 감정에 의미를 묻고 답해온 시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책의 분량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심리학적 개념들이 촘촘히 엮여 있어 쉽게 넘길 문장은 많지 않다.
특히 '자기확신을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부분은 따로 시간을 들여 다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