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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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책을 읽다 보면 ‘사건의 흐름’만 남고 정작 인간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사 스톨레텔러 김도형의 글은 조금 다르다. 그는 역사를 설명할 때 먼저 큰 구조를 그린 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선택과 감정까지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세계사가 아니라 한 편의 서사극을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이 생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세계사 교과서 속 장면이 그대로 현재로 튀어나온 느낌이 든다. 긴장, 충돌, 혁명, 경제 위기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이슈의 뿌리는 결국 ‘역사’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일깨워준다.

지리 전쟁 종교 자원 욕망이라는 뼈대

저자는 인류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핵심 동력을 지리·전쟁·종교·자원·욕망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재구성한다. 그 관점을 알고 나면 세계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예측하는 좌표처럼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는 완전히 겹칠 수 없지만, 미국의 1920년대 호황과 이어진 대공황을 떠올리면 지금의 AI 과열, 투기적 자본의 흐름, 경제 양극화를 이해하는 데 큰 힌트가 된다. 각국 정부가 왜 특정 정책을 선택하는지, 왜 지금처럼 움직이는지까지 하나의 패턴으로 읽힌다.

승자와 패자도 정해지지 않은 세계사의 흐름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강하게 느낀 점은 “역사는 어느 나라든 최고와 최악을 수없이 오간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뛰어난 지리적 조건과 금광 경기, 링컨의 리더십, 세계대전에서의 경제적 수혜가 겹치며 초강대국이 되었지만, 같은 나라가 대공황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지금은 AI 버블이라는 새로운 위험을 향해 가고 있다.

반대로 스페인은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가 한순간의 오판으로 몰락했고, 일본은 무모한 선택 끝에 진주만을 공습하며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 무솔리니의 과대망상은 이탈리아 군대를 세계에서 가장 무능한 군대로 만들었고, 몽골 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유지하는 방식이 스스로의 쇠락을 앞당겼다. 한때 남한보다 부유했던 북한이 지금처럼 고립된 빈곤국이 된 과정도 결국 ‘선택의 반복’ 속에서 이해된다.

이러한 사례는 하나의 결론을 향한다.

역사는 어느 제국도 영원히 최정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최악의 순간에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운명을 갈라놓는다는 사실.

잔상으로 인해 잠들 수 없는 역사책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의 힘은 바로 이 점을 독자가 스스로 깨닫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단순히 글이 잘 읽히는 수준이 아니라, 저자가 묘사하는 인물과 장면이 마치 눈앞에서 재현되는 것처럼 생생하다. 역사책을 읽는다기보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감각이다.

책 소개에서 “드라마틱한 다큐를 본 느낌”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말이 왜 붙었는지 금방 이해됐다. 거대한 사건 뒤에 서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두려움, 선택과 실수까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살아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계속 생각이 맴도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이 책은 과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우리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선택을 해 나가는 존재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는 그 사실을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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