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및 서평
제주의 맛을 한 권에 담은 책이 있다. 『제주 미각』.
처음엔 단순한 음식 에세이겠거니 했는데 읽다 보니 이건 제주의 시간과 기억을 맛으로 엮어낸 일종의 로컬 기록에 가깝다. 화려한 문장 없이도, 제주에서 쌓아온 입과 마음이 조용히 스며 있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배가 고파지고, 실은 마음도 차분히 내려앉는다.
내가 특히 반가웠던 건 몸국 이야기였다. 제주 갈 때마다 꼭 먹는 메뉴인데, 처음 마주했을 땐 조금 낯설었다. 낯선 녹빛과 점성이 어색했는데 한입 삼키고 나니 모자반의 바다 향이 은근히 남았다. 예전엔 모자반이 일본으로 대량 수출돼 오히려 제주 사람들은 쉽게 먹지 못했다니, 몸국이 잔칫상에 오르던 이유가 이해됐다.
처음엔 식감 때문에 이게 무슨 맛인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사리 해장국보다 몸국을 찾았다.
그리고 성게 미역국.
'제주 인심은 성게 미역국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제주에서 먹는 성게 미역국은 어디서도 흉내 못 낸다. 바다 냄새가 아니라 바다 ‘기운’이 살아 있는 맛.
깊고 고소하고, 국물에 퍼지는 노란 성게의 부드러움이 혀에 남는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그 뜨끈한 뚝배기와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바닷내음이 떠올랐다. 아침에 먹으면 하루가 청량하게 시작되는 맛. 누군가는 비릿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한 번 빠지면 그리움이 되는 국이다. 정말 성게알이 듬뿍 들어 있는 성게 미역국 먹어 보고 싶다.
제주 음식은 처음엔 다가가기 어렵지만, 한 번 마음이 열리면 오래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에도 『제주 미각』을 챙기려 한다. 지도를 들고 길을 찾기보다, 이 책과 함께 입맛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볼 생각이다. 제주에서 나는 또 새로운 맛을 만나고, 조금 더 제주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