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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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은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 물리적 현상을 말한다. 세계 창조자로 단일 존재인 신을 믿는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큰 범주의 하늘이 있다. 동학은 서학이 유입되던 시기 조선에서 수운 최제우가 창시한 종교이자 철학이며, 하나의 정신이다. 동학의 ‘시천주’ 개념은 내 안의 하늘을 깨달아 계급, 신분, 성별을 초월하여 대동을 아는 것이다. 시천주는 개벽사상의 단단한 토대가 된다. 당시 조선의 국학이었던 유학의 수직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플레타르키아’로 일대 전환을 이룩한 것이 동학이었다고 도올은 말한다.
지금까지 서구의 사회체계와 종교 개념을 더 발전된 형태로 인식해왔지만 현재에 와서 여전히 유효한지를 되묻는다. 대답으로 새로운 기준의 민주주의를 규정해 나가야 될 것을 주장한다.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일어나는 근본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상이 열리는 대변혁인 후천개벽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독자적인 운동이다. 백낙청은 ‘근대 적응과 근대 극복의 이중과제’라는 과업이 수행됨에 따라 ‘개벽’의 차원에 도달함으로써 원만한 성공에 기할 것을 말한다.

문학평론가 백낙청 선생님이 창비와 백낙청 TV에서 진행한 좌담을 엮은 책이다. 1부에서는 도올 김용옥의 신작 <동경대전>이 갖는 의의와 가치를 살펴보고, 비평적 시각에서 토론을 진행한다. 동경대전 초판본을 입수•비정하여 판본학을 통해 동학의 역사자료들을 새로운 시점으로 재구성한다. 책에 등장하는 용어 ‘플레타르키아’는 민본원리로 해석할 수 있는데, 민본성의 관점으로 동학의 핵심을 잡고자 하는 독보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2, 3부는 동학의 정신을 이어받은 국학인 원불교와 천도교의 계승 과정과 현재, 그리고 방향성까지 살펴본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담론들을 다루면서 여러 종교들을 조망하게 되었고, 종교공부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학의 연구부터 그것을 계승한 종교,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영향력이 큰 기독교까지 순차적으로 다루었다. 한 권으로 한국의 사상이나 동학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길잡이이다. 동서양의 학문을 두루 공부하시고 깊이 있게 연구하신 분들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의견을 자유롭게 펼치고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현재의 논의들을 폭넓게 알 수 있다.
마지막 챕터인 기독교 파트는 책에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윤리와 여성 관점에서 해석한 기독 교리와 경쟁적인 사상 발전 과정을 설명한다. 서양의 근대 개념(modern) 근대와 현대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경계가 모호하다. 우리는 근대, 근대성, 근대화, 현대, 현대 등을 모두 독립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올바른 해석이 불가하고 문제의 논점을 흐리게 된다. 이러한 서구 중심, 기독교 중심을 넘어서는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에 등장하는 종교들은 사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공부에 힘쓰고 있는지, 현실의 물질에 심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와 같은 객관적인 반성을 한다. 동학의 포용성으로 교리를 보완하는 사상의 통합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서구의 자본주의가 현대사회에서 이상적으로 이행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천되지 않고 있음을 피력한다. 자본주의는 한계에 다다르고 계급과 빈부의 격차는 심화되어 간다. 물질세계의 국가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국민들은 피해자로 전락하고 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자생적인 사유에 기초하여 창출한 동학의 개벽사상이 새로운 시대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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