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을 정말 많이 한다.
"무슨 일이든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걸 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나에게는 거의 격언 같은 느낌이랄까?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공부를 하는 대신 쓴소리 영상을 보았고, 20살 이후로는 운동을 하는 대신 다이어트 후기 영상을 보며 불안한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들곤 했다.
그래서인지 <불안이라는 중독>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나를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최근 쓰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 세계에서 살고 있다. 기술 진보 덕분에 식량 공급은 안정화되었고, 미국의 역사는 어느덧 250년 가까이 되었다. 그래선지 인류에게 걱정거리가 줄어들었으리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BC, 그러니까 코로나 사태 이전에 미국불안증및우울증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2억 6,400만 명이 불안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30쪽)
이 부분을 보고 놀라 발행 날짜를 살펴보니 2021.8.30(이제 막 한 달!!)이었다.
지금까지 불안, 걱정에 대해 다룬 책은 상당히 많다. 이 책이 다른 어떤 책보다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촉발되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변화 역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코로나'는 불확실성으로 무장한 상태로 우리 앞에 나타났기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최근의 불안'에 대해 인식한 상태에서 그것을 다뤘다는 것은 분명한 메리트일 것이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0부는 불안이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내면에 자리 잡는 양상, 1부는 불안 촉발인자를 파악하는 방법, 2부는 우리가 걱정과 불안의 악순환에 갇히게 되는 과정, 3부는 불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 4부는 불안이 해소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습관"을 다룬다.
책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사실 걱정이 되었다. 무슨 학회, 몇 퍼센트의 수치, 논문과 비율... 불안에 대해 알기 전에 불안이 너무 심해져서 읽는 것을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0부의 2장(34)쪽에서 본격적으로 불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우려는 사라졌다. 저자는 다양한 비유와 예시를 사용하여 독자에게 낯설 수 있는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또한 내용을 반복하여 언급하며 독자가 지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이때의 반복이 지루하지 않은 것도 장점!)
예를 들어보자면, 1부에서 불안 습관의 연결 고리를 인식하고 난 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차에서 들린 이상한 잡음의 원인을 카센터에서 들은 후, 집에 와서 직접 고쳐보겠다며 섣불리 손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결국 차를 다시 카센터로 가져가서 애초의 고장뿐 아니라 당신이 손대는 바람에 생긴 고장까지 고쳐야 한다. (88쪽)
이처럼 <불안이라는 중독>은 따라가기 쉽다, 또 따라가고 싶어진다.
내가 그동안 느껴왔던 모호한 문제점들이 구체적인, 과학적인 근거들을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보며 '이 사람 혹시 나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