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죽음 -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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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자는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영원히 소멸하고 모든 것은 사라진다. 하지만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희망도 절망도 사라지게 되는 텅 빈 공간이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죽음은 건너편에 있으며, 죽음이 닥치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에 삶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는 죽음으로 돌진해가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이며, 우리가 죽음을 향해 자신을 내던지는 행위는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생명체의 탄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계에 내던져짐으로써 생이 시작되고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생의 의지는 생의 탄생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지 탄생 자체가 태어난 자의 의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탄생은 곧 자연의 이치이며, 자유가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하지만 죽음은 다르다. 죽음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자유죽음은 죽음을 향해 마지못해 나아가는 자연죽음과는 달리 자기 부정인 동시에, 자기 실현이며, 긍정과 부정의 이중 모순 속에서 활성화된다. 생물학적 숙명이란 것을 뛰어넘는 행위다. 자유죽음이라는 해방의 구현은 존재의 굴레는 내던지는 자기 파괴이자, 가장 숭고한 자유의 공간에 진입하는 행위다. 

자유가 없는 부조리한 세계에 자유죽음은 당당한 인격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엄숙한 결단이다. 자유의 궁극적인 매듭은 죽음 앞에서 실현된다. 

하지만 자유의 의미 인식 없이는 자유죽음이란 허무일 뿐이다. 자유죽음이 자유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유의 진정성에 대해 사유하고 도전해야 한다. 우리는 왜 자유로워야하며, 어떻게 자유로워야 할 것인가. 존재의 운명이란 무엇이며, 자유란 어떤 상황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죽음과 마주앉아 끊임없이 묻고 대결하면서 자유를 성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죽음의 한 방법으로서 자유죽음은 나사를 끼우듯 고정하려는 강제 안에서도 자유롭다." - P20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존재다.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물망을 뒤집어씌우지 않고 생각해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생물학적 숙명이라는 것과 따로 떼어 볼 때, 인간은 본질을 드러낸다. 살아야만 한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 P181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 현재 나의 모습, 내가 하는 일을 바꾸고 변화시켜야만 새로운 무엇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해방은 부정이요, 파괴다. ‘실존함(ex-sistere)’은 존재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부정이다. 살아가는 한, 우리는 이 부정을 끊임없이 거듭해야만 한다." - P223

"자신의 근원적인 진정성을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자신으로 있기 위해 끊임없이 구축해야만 하는 진정성은 부단히 깨어지고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더 열심히 진정성을 따라가려고 하면 할수록, 그만큼 휘리릭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마는 게 진정성이다." - P255

"삶이 탄생의 순간부터 죽어감이었던 것처럼, 죽기로 각오한 당당함은 삶의 길을 열어준다. 그래서 부정이 돌연 긍정이 된다. 물론 이런 게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논리와 변증법은 서글프면서도 웃기는 합의와 함께 실패하고 나가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주체의 선택이다." - P264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으로 우리를 떠나간 사람 앞에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로 머리를 숙이고 왜 우리를 버렸냐며 조리 있게 따지는 일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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