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낯짝 삐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라는 러시아 속담에서 시작하는 <감찰관>은 우크라이나계 러시아 작가인 니콜라이 고골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이다. 이 에피그라프 하나로 응축될 수 있는 주제가 고골의 예리한 시선으로 생생한 희곡으로 재탄생한다. 고골은 아마추어 극작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연극에 대한 관심이 컸고 한 때는 연극배우 지망생이었다고 한다. 고골의 작품 속 인물들이 저마다 개성을 쏟아내며 생동감 있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학창 시절 고골의 연극에 대한 경험에서 온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희곡은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의 유기적인 배치로 이루어진다. 겉멋으로 무장한, 무모하고 허풍이 심한 가짜 감찰관, 닳고 닳은 부패한 시장, 세속적 성공을 위해 돌진하는 관리들과 교활한 협잡꾼들, 허영에 빠져 약혼 소동을 벌이는 낭만주의자들, 두려움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불법을 감행하는 우체국장, 이성적으로 사고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는 하인,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지만 그 역시 부패했던 소시민들 그 누구 하나 완벽한 연극을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부패 관료 카르텔의 몰락을 드러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속적 가치에 물든 사람들의 무능과 위선을 풍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속한 욕망에 빠진 위선자들은 자신이 위선자라는 사실을 모른다. 악인들은 내면의 악을 보지 못하고, 자기 기만 속에서 악의 출처를 다른 사람에게서만 찾다가 결국 최후의 심판을 맞이한다. 강자든 약자든 모든 속세적 인간들은 악인이다. 의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삶의 목적은 단순하며, 오직 겉멋과 위선만이 인간들을 지배한다.
고골에게 연극 무대는 삶의 거울이다.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황당하고 우수꽝스러운 오인 소동을 보면서 우리 모두 조롱을 퍼붓지만 결국 그 조롱은 내 스스로를 향한다. 웃음의 끝에서 우리는 눈물을 찾는다.
19세기 러시아 제국 시대나 21세기 첨단 문명의 시대나 결국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사회적으로 수많은 사건들을 보여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우리의 진짜 삶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진정한 속죄와 영적인 각성없이는 신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감찰관>의 마지막 정지 화면에서 진짜 감찰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돌기둥처럼 굳어버린 인간들. 그러나 아직 참회의 눈물은 없다. 
자,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 볼 때다. 
“뭘 보고 웃는 거요? 자기 자신을 보고 웃으세요!”

--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제 낯짝 삐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 - 속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