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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내 이름은 권좌실
권좌실 지음 / 부크크(bookk) / 2019년 11월
평점 :
<내 이름은 권좌실>은 흐름이 맑고 부드러웠습니다. 어렸을 적 어려운 이야기, 시댁과 친정 이야기, 직장 이야기 등이 투명한 여과기에 있는 것처럼 맑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 속에는 어려움도, 슬픔도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기쁨도, 삶의 철학도 있었습니다. 10대에서 시작된 삶의 여정은 20대, 30대의 골짜기를 지나 40대의 시냇가에 이르렀습니다. 꾸며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제 마음속에 흘러들어 참 좋았습니다.
<내 이름은 권좌실>은 문장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간결하면서도 삶의 향기가 배어 있어서 제 마음속에 스며들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잘된 표현의 예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밑줄 친일부 문장을 옮겨 보겠습니다.
1. 나의 10대는 방황과 흔들림이 있었다. 층분히 흔들렸기에 중심을 찾았다.(46쪽)
2. 이제는 안다. 내 아이를 키워보니 자식에게 무관심하기 위한 부모는 없다는 것을. 삶이 너무 고
되어서, 자신조차 돌보지 못해 그 관심이 아이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을.(92쪽)
3. 고요한 내 안의 호수 위로 돌을 던진다.(110쪽)
4. '엉엉' 소리 내어 울던 내가 이제는 뒤에서 홀로 눈물을 훔치는 나이가 되자, 나 자신의 한계와
사회라는 벽을 실감했다.(111쪽)
5. 차차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붙고, 책 속에 몰입하는 예열시간이 짧아졌다.(117쪽)
6. 내 생각의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고 잎이 되었다.(119쪽)
7. 작가와 함께 서서히 병들어갔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122쪽)
8. 작가들이 부럽다. 자신의 머릿속을 조명 아래에 꺼내놓고 가장자리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으
니.(126쪽)
9. 가장 늑장을 부리는 것은 내 눈꺼풀이다.(133쪽)
10. 그래도 마음의 병 없이 지금껏 올곧게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은 나는 글쓰기라는 예방주사를 맞
았기 때문이다.(145쪽)
<내 이름은 권좌실>을 읽으면 책이 작고 그림이 두장밖에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책크기가 조금만 더 크면 내용 전달이 더 쉬울 것 같고 후반에 나오는 그림 두장만이 아니라 처음과 중간에도 나오면 내용과 어울려 더 진한 감동이 전해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솔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또다른 선생님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