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패턴이 찍힌 하드커버에 흑백사진하나 대표적으로 박혀있다.
그리고 한대수라고 사진에 걸쳐 사인이 있다.
갓 태어난 듯한 종이내음을 기분좋게 맡으며 책장을 열어본다.
'삶이라는 고통' 이라...
행복보다 고통이라는 단어가 더 뇌리에 남는건 사실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삶에서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그 고통이 어떤 한 인간의 인생을 창조했는지...
책장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1부 -
한대수님이 말하는 황혼기, 1960년대 후반의 서울을 사진으로 보았다.
현재는 2023년. 반 세기 이상이 흐른 지금을 비교하기엔 무리로 보이지만, 그 때만의 감성은 분명 살아있었다. 흑백사진이라 그런지 조금은 무겁고 가라앉은 듯한 사회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무심한 듯한 표정에서 삶은 그리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자신의 일생 일대기를 위트와 정성을 쏟아가며 잘 설명하고 있었고, 사진이 나란히 배열되어 옛시절의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인생을 책 한권에 싣는다면?
아마 한대수님과 같이 이렇게 실을 수 있을 것 같다.
할 말은 많지만 최대한 줄여서 내 일대기에 주요 사건만 남기고 사진으로 여운을 대체하는 그런 감각있는 방식.
그런 방식이 이 책을 보며 살갑게 느껴져 좋았다.
2부 -
개인적인 고독과 사회적인 고독이 나란히 드러났다.
자신의 고독을 느끼며 사회를 둘러봤을 때 고스란히 눈에 띄던 고독을 함께 느꼈을 것이다.
'홈리스', '거리의 악사' ... 한 컷 한컷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한 인간의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퍼져나간 고독이
그대로 느껴졌다. '세상의 고독'으로 퍼진 그의 고독은 사진을 보며 충분히 공감가고 이해가 되었는데
사진이 주는 힘이 대단함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사진은 심연의 두려움, 그 두려움을 넘어 어느새 냉정함 까지
보였는데 거리의 사진작가라는 한대수님의 닉네임이 잘 어울렸다.
한대수님은 말한다. 항상 고통 속에 있다고. 삶이란, 무거운 짐들 지고 비극정인 종말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는 것인데 이유는 아무도 삶의 끝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끝을 모른다. 하지만 힘과 용기를 갖고 그 끝을 향해 담담하게 걸어갈 뿐이다.
물론 삶의 고통은 항상 존재하겠지만 과감한 자신의 의지와 희망으로 고통을 조금씩 걷어가며 걸어갈 일이 아닌가 싶다.
3부 -
현재 지구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테러나 전쟁, 제 3차대전을 방불케 할만큼 그 곳에서는 아주 잔인하고 표독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대수님의 글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있었고, 오직 피스앤 러브를 외치는 그의 외마디는 분명했다.
나라를 생각하고 한 층 나아가 지구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이 책의 마침표를 고상하게 찍고 있다.
이제 지구를 걸어 다닐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걱정을 하며 책을 마치는데 이 책이 그의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일생을 책 한 권에 담기엔 너무 짧고 적은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보는 중에 든 꽉찬 그의 열정이 책을
가득 메웠다.
그랬다. 그의 삶은 열정적이었다.
물론 고통이라 이름 짓는 그의 삶이지만 그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고통의 가치가 삶의 열정과 열의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책을 보면서 나의 삶은 무엇이라 이름 지을 수 있을지 곰곰이 고개가 숙여졌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