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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ㅣ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평점 :
🔖"내 어찌 이 작품을 편애 안 하랴"
박완서 작가의 첫사랑같은 소설[나목]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이렇게 회상합니다.
"요새도 나는 글이 도무지 안 써져서 절망스러울
때라든가 글 쓰는 일에 넌덜머리가 날 때는
[나목]을 펴보는 버릇이 있다. 아무 데나 펴들고
몇장 읽어 내려가는 사이에 얄팍 한 명예욕,
습관화된 매명으로 추하게 굳은 마음이 문득
정화되고 부드러워져서 문학에의 때묻지 않은
동경을 들이킨 것처럼 느낄 수 있으니 내 어찌
이 작품을 편애 안 하랴"
ㅡ 출판사 제공
📖
전쟁은 누구에게나 재난을 골고루 나눠주고야
끝나리라. 절대로 나만을, 혁이나 욱이 오빠만을
억울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거의 광적이고 앙칼진
이런 열망과 또 문득 덮쳐오는 전쟁에 대한 유별난
공포. 나는 늘 이런 모순에 자신을 찢기고 시달려
균형을 읽고 피곤했다.
📖
나는 이미 핏빛 홑청도, "어쩌다 계집애만
살아남았노"하던 어머니의 탄식도 완전히
망각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들은 이제 썩어간
낙엽들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었다.
📖
나무 옆의 두여인이, 아이를 업은 한 여인은
서성대고 짐을 인한 여인은 총총히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김장철 소스리 바람에 떠는 나목, 이제 막 마지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게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그의 수심엔 봄에의 향기가 애닮도록 절실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
많은 분들이 읽었고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박완서 작가님의 [나목]은, 전쟁중에 폭격으로
두 오빠를 잃게된 이경은 폭격맞은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아가요. 미군px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이경은 px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황태수가
이경에게 마음을 주지만 이경은 초상화부의
중년의 유부남 옥희도에게 마음을 주게된다는
대략적 내용의 소설이에요.
박완서 작가님이 대놓고 편애했다는 작품
[나목]은 전쟁이 남기고 간 두 모녀의 상흔과
전쟁이후 남겨진 황량한 시대상을 커다란
기복이 없지만, 거침없고, 섬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절대 공유할 수 없는
나목의 진가를 알게되는 귀한 시간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