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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글쓰기 - 내 아이가 빛나는 생각을 쓴다
오은경 지음 / 이규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집 딸내미는 또래 보다 말이 늦었다. 아이가 적극적인 성격이기에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싶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말이 늦으면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찾다가 결국 행동을 앞세우다 보니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게 된다며 언어치료를 추천했다.
언어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딸아이와 궁합이 맞는 곳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마음 졸이며 찾아다녔던 기억이 선명하다. 꾸준히 언어치료를 받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표현이 느는 모습이 보여, 거의 매달 가족 여행을 다녔다. 그 덕분인지 다행히 지금은 어디서나 자기 표현이 강한 수다쟁이가 되었다.
4~5세에 말문이 안 틔여 고생을 하던 아이가 벌써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미리 선행학습을 할 생각이 없으나, 그래도 한글을 띄어줘야겠다 싶어서 두 달 전부터 학습지를 통해 한글을 익히게 했다. 그 전에도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낱말을 설명하고, 한글 원리를 설명하는 책을 사다가 읽혀봤으나 아이는 관심이 없었다. 경력이 많은 학습지 선생님이 우리 아이는 그림 그리듯 한글을 익히다가, 학교 가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한글을 글로 인지하게 되는 부류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가 싶다가도 한글 공부를 어렵고 귀찮게 여기는 걸 볼 때마다 걱정이 한가득이다.
걱정꺼리가 있을 때마다 관련 책을 찾아보는데, <여덟 살 글쓰기>을 보고 당장 구입했다.
책소개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초등 1학년 ‘첫 글쓰기 수업’”이란 문구가 유명 저자들의 추천사와 눈길을 끌었다.
25년차 초등학교 국어교사가 쓴 책이라 실제 학교 수업에 대한 사례와 입학 준비를 어찌해야될 지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품은 애정이 느껴졌다. 어린 학생들의 짧은 글에서 아이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고 키워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정성을 쏟는 선생님이 있다는게 책을 읽는 내내 고마웠다. 책을 읽으면서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와도 오버랩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처음 글쓰기를 할 때는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써주는 게 좋다. 아이가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 적어주면 아이는 글씨를 써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어 말을 더 많이 한다. 이때 아이의 말은 중언부언 앞뒤가 뒤섞이기도 한다. 그럼 그 말을 되물으면서 같이 정리를 해나가기도 하고, 더러는 받아쓴 그대로 두어도 된다.”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선행학습을 완벽하게 하는 것 보다, 수업에서 한글을 익히는 것이 교우 관계 형성에도 좋다고 한다. 그와 함께 글쓰기에 대한 아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어른이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그런데 부모가 글쓰기에 도움을 준다며, 아이에게 맞춤법을 지적하거나 글씨 모양을 지적하면, 아이는 생각을 멈추고 받아쓰기에 그치게 된다고 한다.
아이가 오래 글과 친해지려면, 맞춤법이 조금 틀리고, 내용이 이상해도 그 자체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어른의 시선과 만나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맞춤법을 지적하는 순간 아이의 머릿속에서 글의 영감과 소재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고 한다. 한글 교육을 받아쓰기 중심으로 받았던 우리 세대 입장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얘기다.
이 책을 읽고 며칠 새에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더 가질려고 노력한다. 요즘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지 들어주는 것이 아빠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