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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이듬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제목은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표류하는 흑발> 이후 근 2년만이다.
시집을 대한 첫 느낌, 역시 김이듬!!
'표류'하던 '흑발' 김이듬 시인은 요즘 어울리지 않게 '정착'하고 있다. 그곳은 바로 책방이듬. 일산 호숫가에 자리잡은 책방이다. 책방지기로서 시와 예술, 문화로 사람들과 소통하겠다고 나섰다.
벌써 2년이 넘었다. 이번 시집에는 그 흔적이 곳곳에 담겨있다. 첫 시인 <한시>부터 책방이야기다.
'무릎을 꿇'고 '창문을 연' 다음 '한 시의 낭하로 들어'가는 시인은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시가 전부라는 그가 이런 모험을 자행하며 한줄 한줄 남긴 시들이 이 시집에 담겨있다.
시 <아쿠라리움>도 시인이 실연한 손님에게 책을 소개한 경험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원형탈모> <주인> 역시 책방사장으로서의 아픔이 담겨있다. 물론 김이듬만이 지어낼 수 있는 기발하고 재치있는 시들도 상당수 실려있다. <도미토리>, <오해하는 오후>는 꼭 감상해보시길. (참고로 같은 시리즈로 나온 다른 시집보다 훨씬 분량도 많다. 욕심이 많아서일까^^)
기존의 시집과는 조금 달라진 자신의 자리가 시마저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시를 읽으면서 든 생각. 표류하는 김이듬 시인은 책방이듬에 얼마나 정착하고 있을까. 호숫가에 자리잡은 책방은 임시 정박인가, 아니면 시인의 안식처이자 감옥일까. 아마 김이듬 시인 자신도 아직 모를 것이다. 어쩌면 오늘도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운이 좋으면 아무도 없다 -시 <도미토리> 첫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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