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내일을 위한 자기검열

위풍당당 한국사 - 동아시아의 참역사를 바로 잡아주는
박선식 지음 / 베이직북스 / 2008년 9월

국사선생님께서 수업 중 칠판에 지도를 그리고 영토표시를 해보이는 경우가 있다.

화살표로 이 지역에서 이 지역을 침범하거나 반대로 구역을 침범당하고 그만큼의 영토가 줄거나 넓어진 표시는

또다른 컬러의 분필로 표시하셨다.

역사에 있어 이렇듯 눈에 보이는 컬러나 범위는 지극히 한정되게 마련이고 대개는 보이지 않는 많은 내막으로

이루어져있다.

그게 역사다.

 

역사선생님처럼 조곤조곤 설명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동북아의 첨예한 최근의 상황을 소리높여 강요하거나

후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삼국의 실정이라 부르짖지 않는다.

빼거나 보태지 말고 바로 잡힐 것은 바로 잡는 것이 옳다는 역설이 설득력이 있다.

이제는 역사에 대해 울분이나 폄하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봐야 하는 성숙한 대한민국을 살아가야 하는 시점

이라는 경각심을 준다.

 

 

역사의 태동이랄 수 있는 고조선에 관한 대목이 흥미롭다.

단군왕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의견은 그 의견대로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지은이는 영토확장이 당시 유일한

숙원이자 과제인 당상황에서 대외경략 사건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고 말한다.

비판이나 주장보다 열린 결말같은 설명이 돋보인다.

 

익히 유명한 평원왕 시기의 온달장군에 대해 시골청년 온달을 사위로 맞은 것을 보면 국가방위를 다지기 위한

방편이었고 이후 평강이 승승장구하여 군책임자 자리에 오른 사례로 고구려 시대정신을 역설하여 흥미를 자아낸다.

 

말미의 효정과 송시열의 북벌론 분쟁이 갖는 가주성 대목은 조금 아쉽다.

다소의 역사적 상식부터 후대에서 말하는 평가까지 조금더 설명이 허락했으면 싶다.

 

 

전반적으로 역사 관련서답게 책은 두껍고 휴대하기 힘들게 기본 사이즈를 벗어난다.

대신 확 트인 편집으로 보는 내내 지루함을 덜어주고 지나치지 않을 수준의 컬러 사용은 적당하다.

무엇보다 주요용어를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옆의 공란에 간략히 설명한 부분은 책 디자인에 있어 칭찬하고 싶다.

 

작금의 복잡한 국내외 여건 역시 후대에 가서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된다.

역사에 어떻게 남는가는 후대에 평가받을 몫이다.

다만 역사는 반복되고 지난한 과거라 해도 반추하고 재평가를 위해 비판이나 수용의 자세를 멈추지 말아야

조금 더 나은 역사와 발전된 미래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역사 선생님께 수업을 듣듯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내용 전개가 고루하다 폄하되는 역사 관련서와 다르게 흥미를 자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