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어때서 - 문명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
양동신 지음 / 사이드웨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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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어때서, 양동신, 사이드웨이


4대강의 영향 때문인지 토건을 나쁜 것으로 보는 인식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겪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이 우리나라 도시 경관을 망치고 있고, 정겨운 과거의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극단적인 환경론자들은 도로, 항만, 공항, 지하철 등 우리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높여준 인프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관점을 취한다. 


토목 엔지니어인 양동신님은 반문한다. 아파트가 어때서? 20세기 초 도시계획가였던 르 코르뷔지에는 파리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낮은 건폐율과 높은 용적률의 아파트를 지어 남은 면적을 숲과 공원으로 하는 주거 환경을 구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도시는 파리가 아니다. 어쩌면 현대 사회에 가장 걸맞는 주거 환경을 가진 곳은 대한민국 서울일 지도 모른다. 아파트가 아니었다면, 도로가 없었다면, 항구가 없었다면, 공항이 없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프라는 우리의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일례로 상하수도 시설 덕분에 인간의 수명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인프라는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범죄가 늘어날 것이고, 지하철이 없다면 서울은 지금보다 교통대란이 훨씬 심해져 시민들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추락할 것이다. 인천공항과 부산항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 같은 무역의 혜택을 누리고 살 수 없고, 아파트가 아니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만한 주거의 질을 누리기 힘들 것이다.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만큼 누리고 사는 데 토건이 기여한 바가 크다. 


비관론은 낙관론보다 힘이 세다. 코로나 19와 기후 위기는 비관론을 더욱더 부추긴다. 그런데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세상은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이는 기아 사망률, 문맹률, 사망률 등의 수치 비교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의 세상은 대체 에너지의 단가가 화석 연료 등으로 얻는 에너지의 단가보다 낮아지는 시점인 그리드 패리티를 거치며 또다시 비약적으로 좋아질 지 모른다. 과학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세상이 더 나빠졌다고들 하지만, 과학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서 되려 세상이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공 태양이 상용화되고, 탄소 중립 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좋아질까. 


공부는 직관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한다.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시각은 어쩌면 우리의 직관에 더 잘 맞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지적하듯이, 자연 그대로에서 인간은 살아남지 못한다. 홍수를 극복하기 위한 치수 사업이 문명을 발전시켰고 인공은 자연 그대로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인간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더 나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직관을 거슬러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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