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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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읽었는데 딱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나에게는 썩 와닿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일본 추리소설 작가의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아닌 가와이 간지 책을 읽고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도 읽을 수도 있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을 일요일 저녁에 잠깐 읽기 시작해 오늘 출퇴근 길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소설이 잔인하고 잔혹하지만, 술술 읽힌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외의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를 알게 된 계기가 된 데드맨에 감사하다. 가와이 간지가 쓴 다른 도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초판 인쇄가 2013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출간된 책이었다니 그간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개인적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이 찾아왔던 암흑기였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이 터지면서 터진 일을 해결하기에도 급급했으니 당연히 모를 수 있겠다고 위안으로 삼는다.

2023년 개정판을 통해 데드맨을 만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오늘, 행복하다. 과거에 출판된 책이라도 현재나 미래의 어느 시점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책이 주는 기쁨 중 하나이다. 몇백 년 전의 인물과 배경을 책을 통해서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책이 장점이다.


여섯 명이 살해되었다. 여섯 명 중 다섯 명은 남성이고, 한 명은 여성이다. 첫 피해자는 머리가 없어졌다. 그리고 첫 피해자의 살인자를 찾는 과정에서 두 번째 피해자가 나온다. 두 번째 피해자는 몸통이 없어졌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연이은 살인 사건으로 경찰 내부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다. 특별수사본부를 진두지휘하게 된 가부라기는 경찰 내에서 특출나고 뛰어난 형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모토하라 과장은 가부라기에게 특별수사본부를 맡겼다. 소설 속에 모토하라 과장이 특별수사본부의 적임자로 가부라기를 선택한 이유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소설을 읽으며 상상할 수 있다.

사건을 바라보는 가부라기만의 특별함을 모토하라 과장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섯 명의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에 대한 해결 방식은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가부라기는 마사키, 하메노, 사와다를 비롯하여 특별수사본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잠까지 설치며 노력하지만 어떤 실마리나 단서도 풀지도 잡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운영하는 메일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이상한 메일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가부라기는 메일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고 메일 내용을 확인하였다. 메일에는 여섯 명의 살해 사건에 실마리를 풀 단서를 제공했다. 이 소설은 메일 전달과 함께 소설의 전개가 급진전한다.

메일 내용 중 43년 전 세 명의 의사가 같이 찍힌 사진을 말하며, 그 사진 속에 손자, 손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가부라기는 이메일의 단서를 가지고 10년 전 은퇴한 경찰을 찾아가 이 소설 속에 또 다른 인물을 찾는다. 그 또 다른 인물은 데드맨이었고, 데드맨은 43년 전 의료사고를 일으킨 사건을 추적하다가 사라진 경찰 겐다슈죠이다.

43년 전 의료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한 나라의 장관이 되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돈있는 놈들은 잘못을 저질러도 벌받지 않고 어떻게든 덮는 꼬락서니를 소설로도 읽으니 울화통이 터진다. 그런 그들이 당당하게 한 나라를 움직이는 높은 자리까지 거머쥐고 있다. 우리 사회의 씁쓸한 한 단면이라 화가 치밀어 오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못된 놈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노자와 장관은 소설의 끝까지 어떤 뉘우침도 없다. 그는 43년 전 18살 소녀에게 뇌 수술하였고, 그녀는 시간이 멈춰버린 채 평생을 살았다. 노자와 장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8살 소녀로 시간이 멈춰버린 다니야마 시즈를 겁탈하였다. 그렇게 다니야마 시즈는 딸을 출생했고, 딸인 다카사카 시온은 복수를 위해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의 손자, 손녀를 살해했다. 그리고 소설 끝, 노자와 장관을 죽이려 한다.

소설을 읽으며 다카사카가 의사라고 생각했다. 내가 예상했던 직업과는 달랐다. 소설을 읽으며 그녀가 범인일 가능성을 염두 했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가 중년 남성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그녀를 범인 선상에서 제외했다. 누군가 그녀를 조정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순순히 데드맨만 치료하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으로 기울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계속 의심하면서 읽었지만, 한순간에 진범 목록에서 비껴갔다.

추리소설은 범인을 추정하고 소설과 함께 범인을 잡아가는 데 재미가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그렇게 결국 범인도 소설의 끝과 함께 사라졌지만 단숨에 읽힌 데드맨의 작가 가와이 간지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가와이 간지에게 느꼈던 것처럼 못 느꼈지만,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 도전해 봐야겠다. 작가정신에서 개정판을 출간하여 이렇게 11년 전 소설을 만날 수 있었고, 새로운 작가를 알아 행복하다.

*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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