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카나. 케냐 북부에 위치한 준 사막지대, 나이로비에서 700킬로미터, 자동차로 가면 스물세 시간 정도 걸리는 곳, 정부에서도 출입을 통제하는 곳, 부족 경계를 넘기 위해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하는 곳, 항시 푸코 족과의 다툼으로 지역 전체가 전장이나 다름없는 데다 입을 옷이 없어 남녀가 거의 벗은 상태로 지내며 독사, 전갈, 독거미의 지뢰밭에 한 모금의 물이나 한 주먹의 양식도 귀한 열사의 극지.” 라고 표현한 그곳 투르카나에서 아이들을 돌봤던 그녀는 사실 심리학자를 꿈꾸었던 독일 유학생이었다.
부모님의 신앙으로 태중에서 받은 축복이 있었다면 다른 한편 이유 모를 우울이 항상 끌어잡고 있었다는 고백은 너무 솔직하고 서영은을 만나도록 한 대목이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태생적 허무주의자였던 것이다. 그 허무를 넘어서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고 방황하고 그 목마름으로 글을 쓰고 사랑도 했던 여인들.
그래서 더욱 인문적 소양의 갈증을 풀기위해 책을 읽었고 견문을 넓히려고 애썼을 것이다. 나도 그 길가에 있다. 먹어도 먹어도 갈증이 나는 이 책들. 보고 또 보아도 식지 않는 이 열정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인간적인 그녀가 아프리카 케냐 투르카나의 현장 선교 실습을 도운 그 계기로 진로를 과감하게 바꿨는데 젊은 아이들의 무기력한 모습, 문맹률과 부모를 잃고 쓰레기로 주린 배를 채우는 어린아이들 때문이었다. 킹스키즈란 이름의 고아원과 유치원을 열어 아이들을 살피며 글을 가르치고 가난을 벗어나는 길을 배움 뿐이라고 가르쳐 그녀의 품안에서 어엿한 사회인을 여럿 키워낸 것이다. 이 책에는 서영은이 취재과정에서 찍은 사진과 생전의 몇 사진을 추려서 책에 실었는데 그 웃음에 그늘 하나 없는, 확신에 찬 얼굴이 글 못지 않게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그만한 얼굴을 나는 가져본 일이 있었던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