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와 유비의 난세 리더십
나채훈 지음 / 삼양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삼국지.

 

무려 10권이나 되는, 혹은 60권이나 되는(만화)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지만, 읽을수록 얇아지는 남은 페이지수가 아까워지는 아주 신기한 책이다. 조금이라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 일부러 읽는 속도를 늦추어 보지만, 그마저도 숨막히는 내용이 허락하지 않는다. 얼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싶고, 얼른 다음 문장을 읽고 싶게 만드는 빠져드는 듯한 내용. 이름만 다 나열하여도 몇 페이지는 장식할 만한 수많은 주인공, 그리고 인생 그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들. 삼국지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도 하지 말라는 말을 자신 있게 책 어딘가에 적어놓을 만큼, 과히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책이 아닐 수 없다.

 

위, 촉, 오. 세 나라 중 보통 유비와 조조를 많이 다룬다. 얼굴이 붉은 손권은 나름 열심히 주인공이 되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으나, 조조와 유비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손권은 조연급으로 비친다. 천사같은 유비와 악마같은 조조. 한편으로는 오히려 조조를 더욱 환대하고 유비를 깎아 내리는 해설도 없잖아 있다. 나도 처음엔 유비만 좋다고 응원했었지만, 삼국지를 읽어가면서 요즘 세상엔 조조같은 모습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부유한 자제, 위풍 당당하며 얼굴에서부터 영웅임이 드러나는 위엄. 공부도 잘했으며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요즘 말로 '엄친아' 가 바로 조조이다. 반면에 ... 유비는 딱 한마디로 말하면 '촌놈'. 비록 황실의 자기 몸안에 흐르고는 있다지만, 돗자리나 팔러 다니고 분명 사투리 꽤나 썼을 법한, 누상촌에 사는 시골 총각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 어떤 경쟁에 붙여 놓아도 승자는 불을 보듯 뻔한데, 도대체 이 두 위인이.. 용호상박이 되어서 그 시대의 그 커다란 나라를 좌지우지 했을까!

 

조조는 워낙 머리가 좋아서 계략/병법은 물론이거니와 결단력도 빠르고 생각도 깊은 그 시대에 꼭 필요한 리더였다. 자신이 알아서 판단을 하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쳐버리는, 때로는 무대뽀 정신도 있는 영웅. 반면에 유비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쉬운 자리를 - 바른 길이 아니다 하여 마다하고, 당연히 얻어야 할 상 마저 자신은 한게 없다며 손사레를 치며 거절한다. 부하들은 갑갑해서 미칠 지경이지만, 그래도 유비는 오로지 '덕'만을 강조하며 바보처럼, 천사처럼만 살아간다.

 

하지만 유비는 다른 사람 말을 들을 줄 안다. 사람을 존중하며, 마음으로 대하며, 덕이 있기에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제갈 공명에게도 허리 숙이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으며, 조금도 오만하거나 가벼이 행동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병법도 하나 제대로 모르고, 싸움도 하나 제대로 못하지만, 그에게는 세상을 휘두를 수 있는 책사들과 100만명을 상대할 수 있는 유능한 장군들이 있다.

 

쉽게 보면 조조는 자신이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리더이고, 유비는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부하들이 다 해주는 리더이다. 어떤 타입의 리더가 되는 것이 좋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세월에 따라, 환경에 따라 능히 변할 줄 알아야 하고, 때로는 자신을 낮출 줄도 알아야 하며, 또 때로는 자신을 드러낼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 황제가 된 조조나, 억지로 황제가 된 유비나, 둘 모두에게서 각각 배울 점은 너무나도 많다.

 

오래간만에 삼국지를 회상하며 유비와 조조의 삶을 엿보았다. 다시 한번 10권짜리 소설에 푹 빠져 그들의 숨소리를 느껴보고 싶다. 그런데... 손권은 왜 인기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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