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주인공 a.

그는 c와는 친구 사이였으나 약간 생일이 늦었다.

c의 아버지 C는 c를 늦게 낳았기에 이들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a의 삼촌 m은 a보다는 상당히 나이가 많았다.

이 도시의 제일 귀여운 막내는 d 이다.

d의 언니는 바로 d가 세상을 보기 1년 전에 태어난 e 이다.

p 와 l 의 사이에서 d 와 e 가 나왔다.

o는 p의 큰형이고 d, e의 큰아버지이다.

이 도시 사람들 나이의 딱 중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i 이다.

자. 그럼 도대체 t 가 있어야 할 위치는 어디인가...??

 

정답 -> Complicated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이 문제. 하지만 내가 만든, 그리고 내가 정의한 저 정답이 바로 내가 받은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이다.영어 알파벳 10여개를 가지고도 고작 헷갈헷갈 하는데, 무슨 이름들이 그토록 복잡하며 가계도 또한 대가족에 왔다갔다 펼쳐지는 전개는 정말 나의 머리를 깨질 듯 아프게 했다.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어른들의 '해리포터' 이다!

 

2,000 페이지를 한 번에 읽어 내렸다!

 

.........

 

책 뒷표지에 있는 선전글. 나는 질문을 던졌다.

 

"왜?"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이게 뭐가 재밌길래?

나도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셜록홈즈 전집을 읽었던 사람이고 만화로도 소년탐정 김전일 과 명탐정 코난 등을 많이 접해보았는데. 이건 도저히.. 너무 어려웠다. 어렵고 복잡하고. 솔직히 (상)권의 200페이지 까지는 꾸역꾸역 건더기만 가득한 국물을 먹듯이 책을 머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책의 앞부분, 그리고 극 뒷부분에서 펼쳐지는. 즉 반예르 가와는 별 상관없는 자기네들 회사의 얘기는 아직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 솔직히 2천 페이지를 하루만에 읽기는 내 집중력도 허락치 않을 뿐더러 눈도 아파서 힘들지만, 최소 책을 잡으면 2시간씩은 읽었다. 띄엄띄엄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한번 읽으면 흐름이 끊기지 않게 계속 읽어야만 했고, 또한 이런 저런 그림 없이 줄간격 쫙 붙여서 글만 좌르르르 있는 소설이기에 시간은 더 오래 걸렸다. 허나 다행히도. 200페이지를 넘어가면서부터. 드디어 진짜 스토리가 시작되면서. 내 방 시계의 초침은 슬라이딩을 하듯 지나갔다. 한번 눈을 들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또 한번 눈을 들면 2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드디어 내가 이 책의 묘미에 빠진 것이다...

 

복잡하디 복잡한. 그래서 책의 내용을 살짝 빌려야겠다.

큰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 -하- 권의 230 페이지, 미카엘의 대화 中)

 

모든 걸 이야기하는 데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먼저 기자였던 미카엘 자신이 베네르스트룀 사건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따. 이어 어떻게 헨리크 반예르에게서 이 일을 제의받았으며, 왜 자신이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또 그녀가 실종된 후에 경찰 수사가 한계에 봉착한 일, 그리고 가족 중 누군가가 그녀를 살해했다고 확신한 헨리크 반예르가 개인적으로 조사를 계속해온 사실 등을 알려주었다. 그런 다음 노트북을 켜고는, 어떻게 역 앞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또 어떻게 그와 리스베트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게 되었으며, 결국에는 두 명의 살인마를 찾아내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었다...

 

 

나도 다 외우지 못했기에, 아직 간당간당하기에 이름을 모두 다 쓰진 않겠다.

다만 우리의 주인공 미카엘. 그리고 그의 동료 에리카.

미카엘은 에리카를 놔두고 헨리프라는 사람의 요청에 의해 이전에 일어났던 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지금껏 경찰들이 해왔던 모든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에 한번 더.. 그저 시험삼아 조사를 해보고 싶다는 헨리프.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받으며 그는 별 진전 없이 조사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완전 널부러져 있던 퍼즐 조각이 하나 둘 틀을 잡아간다. 그리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가 너무나 자명하게 알려주는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자신이 전혀 상상치 못했던 사람이 그런 일(설명하지는 않겠다)을 저질렀다는 것이, 그리고 또한 오히려 의심 받아야 할 어떤 사람이 되려 도움을 주었던 상황이라는 것도. 피 튀기며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그의 조수(살란데르)와 함께 하나하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결국은 그 사진 몇 장과, 책 표지에 나와 있는 하리예프라는 어린 소녀의 시선과 표정에서 이야기를 완전히 되살려내고 일을 끝마치게 된다. 약간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그리고는 예전에 자신을 엿먹였던 누군가를 되엿먹이려고 하는데...

 

 

역시 글의 묘미랄까. 영화 혹은 만화로 만났다면 상상력이 가히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 표현했기에 각자의 주관 속에서 상황 및 그들의 생김새, 감정 등을 묘사해볼 수 있었다. 스티그 라르손. 그의 머리 속에서 이토록 정교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세상이 이 책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 다만 결혼하지 않은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그의 엄청난 재산은 사후에 그녀에게 가지도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 아니, 어쩌면 이 속에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의심. 때로는 오해. 때로는 신뢰. 때로는 안심.

 

희비가 교차하며, 책 앞에 소개되어 있는 지도를 몇번이나 찾아보고 가계도를 몇번이나 손으로 그어가면서 확인한 후 책을 더더욱 흥미롭게, 역시 적응이라는 무시무시한 능력 덕분에 책에 완전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그토록 생소하던 이름들이 이젠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처럼 느껴질 따름이며 그들의 무서운 동네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바닥과 별 다르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2, 3권을 기다린다. 또 한번 그의 상상력에 빠져들길 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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