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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배려 - 직원의 마음을 읽으면 회사가 즐겁다
애틀랜타 컨설팅 그룹 엮음, 이강용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8년 8월
평점 :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목욕! 개인적으로 막상 가려고 하면 발은 잘 안 떨어지지만 가서 때를 박박 벗겨내고 돌아오는 길은 가볍기만 하다. 가끔 너무 세게 밀어서 피부가 상하는 일만 제외한다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때를 잘 벗기는 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도움이 무척 컸다. 어릴 땐 무조건 그저 미지근한 물에만 있었다. 한 38도 정도 되려나. 약간 따뜻한 정도? 우리 심장 온도와 제일 비슷해서 그런지, 그저 좋았다. 나오기가 싫을 정도로 한참 앉아 있다가 나오면 때만 벗기면 되었다. 아 물론, 차가운 물에서 물장난 치고 까부는 부분은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셨다. 일단 샤워 후 바로 한증막으로 직진! 무려 90 도에 이르는 그 뜨거운 곳에서 몇분, 그리고 나오자마자 아주 차가운 물에 또 몇분, 그렇게 왔다갔다 반복하시고는 나와 같이 때를 벗기기 시작. 나중에 듣고 보니, 뜨거운 물 차가운 물 왔다갔다 해야 피부가 팽창/수축을 반복하여 때가 잘 나온단다. 뭐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일단 그럴 듯 해서 나도 따르기로 했다.
사람의 심리가 겨울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엔 겨울이 그립듯이, 일단 한증막에 들어가면 숨이 턱 막힌다. 발바닥이 뜨끈뜨끈하면서도 고요히 흘러내리는 모래시계만 보고 입을 꽉 깨물며 참고 또 참는다. 그때는 정말 시원한 물이 천국인양 느껴진다. 자!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고 나면? 다른 아저씨들은 뒤집고 한 번 더 계시더라만은, 나는 바로 튀어 나와서 찬물로 갔다. 얏호~ 하고 뛰어들어가는 순간. 이건 ... 살얼음 보다 더 차가웠다. 시원한 탕이 아니고 완전 냉탕. 얼음처럼 차가웠다. 물론 뜨거운 물에 있다가 와서 얼마간 견딜 수는 있지만, 조금만 안에 들어앉아 있다 보면 완전 강원도 화천의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바라던 찬물이었는데, 이제는 또 한증막이 그리워진다. 이런 그리움을 몇 번 겪고서야 나의 몸이 완전히 허물을 벗을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행동하는 배려. 그리고 생뚱맞은 목욕탕 이야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게 바로 목욕탕이었다. 책 제목만 보고는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말로 일관될 줄 알았는데, 하나의 소설이었다. 석유회사에서 일을 하는 주인공 경영자. 해리라는 사람의 성격을 고쳐놓는 이야기. 남들이 보기에는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수익을 높이는 아주 멋진 경영자가 아닐 수 없지만 막상 회사직원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배불뚝이에 욕심 많고 직원들 이해 하나 못해주는 무섭고 두려운 사장일 뿐이다. 걸핏하면 혼나고 욕 듣고 마음에 상처를 받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직원들.
하루는 해리가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다. 일어난 곳은 웬 새하얀 곳. 병원도 아닌 것이,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다. 그리고 셀레나라는 여성이 나타나 그에게 제안을 한다. 목숨을 살려줄 테니 마음 경영을 해 보라고. 약간의 꼬임 후에 해리는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는 역시 꿈이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현실로 돌아온다. 온 튜브로 감겨 있는 몸, 그리고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회사 업무들. 그 때문에 해리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괜히 간호사에게 다짜고짜 화를 낸다. 음식을 조심하고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말을 하던 간호사는 기분이 상한 채 나가게 되고, 해리는 아까 보았던 셀레나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아니?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으나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대화를 하게 된다. 이렇게 본이 아니게 마음 경영이라는 것이 시작된다.
H E A R T
Hear and understand me.
Even if you disagree, please don't make me wrong.
Acknowledge the greatness within me.
Remember to look for my loving intentions.
Tell me the truth with compassion.
이 다섯 가지를 알려주고는 매번 실천을 하라고 한다. 하지 않으면 해리의 목숨은 이미 하늘로.
그리고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전게 된다. 말 안 듣는 직원을 어떻게 잘라낼까 고민도 하고 죽어라 공부 하지 않는 아들놈 학비 때문에 또 언성이 높아지고 등등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며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해리.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재밌었던 건, 바로 해리의 성격이다. 처음에는 완전 난폭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온갖 욕지거리에 사람 마음 상처 입히는 말을 서슴지 않고 막 해대다가 셀레나의 경고를 받으면 꼬리를 내리며 약간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완전 성인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을 대한다. 한 가지만 배우고도 완전 이 사람 바뀌었구나! 라고 느꼈는데. 두 번째 메시지 배울 때는 또다시 난폭해진다. 입에 무슨 여과장치가 하나도 없는지 나오는대로 사람 가슴에 못을 쿵쿵 박는 소리를 해대며 다 집어 던질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또 셀레나의 경고 다음으로는 온순해져서 또다시 성인처럼 모든 것을 달관한 도사처럼 배운다. ... 그리고 이렇게 하기를 무려 4번. 드디어 이 사람이 바뀌었겠구나! 마지막 메시지는 쉽게 이해 하겠구나 했는데, 또다시 반복이다. 여기서 냉탕과 온탕이 생각났다. 사람이 조금 서서히 바뀌면서 좋아지는 쪽으로 흘러가는 책이 일반적이라면, 이 책에서는 냉탕과 온탕. 아니, 활활 타오르는 불탕과 모든 것이 얼어붙은 얼음탕을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해리의 성격이 자주 변한다.
하지만 메시지만은 너무나 훌륭하다.
사랑, 경청, 이해, 인정, 가치 존중...
이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준다면. 더욱 더 신이 날 테고 일도 열심히 하게 될 테고 서로의 기분도 좋아질 터. 화산과 남극을 왔다갔다 하는 곧 폭발할 듯한 해리의 성격 덕에 한 번 웃고, 책에서 주는 메시지 덕에 또 한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남을 나처럼 존중하고 경청하고 진심. 역시나 진심은 언제나 통하듯이. 진심으로 대하면, 이 세상에 나를 마다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