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꿈에 미쳐라 - 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까지, 토종 한국인 재키의 꿈을 향한 지독한 도전
명재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더 시크릿’이라는 동영상을 접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생각만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우주의 법칙이 도와준다는 것! 약 90분에 걸친 동영상인데, 내가 익히 알고 있던 권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잭 캔필드분을 포함하여 많은, 소위 부를 누린다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혼자 방에서 약 120분에 걸쳐 보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A4 용지에 쉴 새 없이 적어가며, 심지어는 휴지를 준비해놓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자극시켰던 말은, 바로 우주라는 진열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저 편의점에서 술 안주 고르듯 하면 그것이 나에게 온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토록 쉽게 인생을 살 수 있는데 내가 지금껏 무엇을 한 것일까? 되지도 않는 공부 붙잡고 매일같이 학교 수업에 야간 자율학습에 학원에 독서실에, 꿈에서도 문제를 푸는 나날을 보내고 조금 쉬려 했더니 더 복잡한 대학 교재를 붙잡고 씨름을 해야 하고, 남자라면 의례 가는 군대에서 피나는 2년을 보내는 등등. 그리고 이후에 있을 주변에서 들리는 취업난이나 인생고. 내가 원하는 삶대로 살 수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원하지 않았기에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 어찌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막상 현실로 돌아와 보면, 공모전에 인턴을 찾아다니는 학생들, 프로젝트로 몇일 밤을 지새우는 친구 및 선배들을 보면서 과연 시크릿의 메시지가 사실일까 하는 의심도 많이 했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시크릿이 알려준 방법대로 한 결과 뜻하지 않은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는 것! 과연 이것이 원래 생길 일이었는지 그 방법에 의해 탄생한 결과인지 여전히 의문을 품은채...

 

재키. 한국이름 명재신. 그녀는 단 한마디로 말해 남들이 부러워할만 한 사람이다. 수준 높은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IBM에서 최연소 나이로 과장이라는 직급을 얻고 5년간 일을 멋지게 해내고 그 어렵다는 MBA 코스를 밟은 후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별 중의 별이라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다니며 뉴욕에서 뱅커가 되어 짭짤한 돈을 만진다는 멋진 엄마 친구 아들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쯤되면 한숨 한번 푹 쉬면서, 이런 사람도 있거니...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후, 결코 한숨 쉴 만한 내용만 있지는 않았다. 바로 저 화려함 뒤에 남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노력’이 숨어 있었다는 것!

 

몇 번을 읽어봐도 분명 나에게는 경악할 만한 생활이다. 몇주일 몇일을 2~4시간만 자고(낮잠도 아닌) 하루에 비행기를 수 번 타면서 여기저기 지역을 옮겨다니며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학교 생활 중에는 프로젝트에 복습에 예습에 팀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이런저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동시에 매일같이 펼쳐지는 파티에 참석하여 신나게 놀고 또 교실로 돌아오면 그토록 힘든 수업을 몇 개나 소화해내고 등등등... 그녀는 수퍼우먼보다 더한 체력을 가졌음에 틀림없다고 본다. 비록 그녀 자신은 체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분량을 뚝딱. 그것도 2년간 소화해낸다. 조금 쉴 시간이 있을까 하면 또 다른 일이 겹치고, 조금 시간을 내어 즐겨볼까 하면 또다른 미팅이 생겨버리고. 아름다운 가을 풍경도 자신을 위한 건 아니라며 그녀는 일에 몰입한다. 대단한 집중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어떤 기회에 1시간 동안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대목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완전 크게 끄덕거렸다. 간혹 가다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니, 솔직히 간혹은 아니고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그 게임을 찾는다. 유명한 축구 게임. 10분짜리 게임이지만 전반 후반 추가시간에 감독의 입장이 되어 이리저리 선수교체를 하다 보면 딱 15분이 지난다. 정말 그토록 짜릿한 게임이 있을까. 게임이 끝나고 나면 약간의 아쉬움을 간직한 채 기쁜 마음으로 집을 향하곤 했다. 동시에 요즘 토플 시험을 준비하는데, 듣기 파트에서 약 5분 정도의 듣기 대본을 들려주고(대학 강의) 5~7문제를 푸는 부분이 있다. 문제를 풀고 나서 지문을 다시 보면... 정말 5분동안에 그 분야의 공부를 모두 한 것처럼 많은 것을 배워 놓은 상태였다. 모래폭풍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면 그것이 왜 생겨나고 어떤 기후 조건 하에서 생기며 종류는 어떤 것이 있고 그를 위한 연구는 어떠어떠했으며 등등, 정말 많은 정보를 들려준다. 한글이라면 정말 90% 이상은 이해했을 터! 보통 많은 분량이 아니었으나 5분만에 아주 명쾌하게 배울 수 있다. 이 5분이 3번. 15분이면 지질학 / 생물학 / 심리학... 어느 분야가 됐건 3파트의 한 부분을 뼛속까지 시원하게 배울 수 있다. 아 물론 그 15분으로 골 몇 번 집어넣고 환성을 지를 수도 있고...

 

하루를 몇 시간으로 나누고, 몇 시간을 몇 십분으로, 그리고 그 몇 십분을 몇 분으로 나누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코 남의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그녀는 특히 면접을 볼 때면 면접관이 물어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질문 및 답변을, 그것도 한글과 영어로 섞어서 준비했기에 면접관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마치 대본 읽듯이 술술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녀가 천재라서? 아니! 다만 그녀가 천재보다 더한 능력을 지니기 위해 ‘노력’을 퍼부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루 8시간 꼬박 자면서 지금 공부하는, 혹은 학기 중에 대학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는 내가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모든 일에 열심이다.

 

보통 공부 잘했다는,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의 책이나 글, 혹은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반감도 가진다. 잘나서 좋겠다! 라는 느낌이랄까. 내가 모자라기에 오히려 제 발이 저려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겠지만, 다행히 그녀의 유쾌하고 발랄한 글에서는 전혀 위선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정겹기만 하다. 그리고 그녀가 노력으로 인해 맺은 결실에 무한한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시크릿. 여기서 주는 메시지가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적어도 지금 이 나이. 명재신씨가 서른이라면 나는 스물 다섯의 이 좋은 나이.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멋진 나이에 모든 걸 불태워 보아야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자극도 엄청나게 받았다. 나중에 친구들과 허름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마시면서 내가 왜 젊을 때 그러지 않았을까 라는 따위의 후회는 하지 않기 위해.

 

대단하다. 멋지다. 그녀의 얼굴이 더욱 예뻐 보인다. 한편으론 부럽다. 그리고.. 분명 나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는 무한한 기회를, 나의 무한한 능력으로 아주 기분 좋게 붙잡아버리겠다. 지금 당장 문방구에 가서 그녀가 쓴다는 1천원짜리 작은 수첩을 사서 주머니에 넣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미래에 세상을 짊어갈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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