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서 온 소녀 - 잃어버린 왕국
이미희 지음 / 하루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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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야고분군에서 비교적 뼈대가 온전한 상태인 인골이 발견되어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인골은 가야 소국 중 하나인 비사벌국 지배자의 사망으로 함께 묻힌 것으로 추정되었고, 무덤 주인, 같이 순장된

다른 사람의 형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유독 하나의 인골만 온전한 편이었다.

학창시절 순장이란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이 같이 묻히는 것으로, 어떤 죽음을 뒤따라 다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강제로 질식 또는 독극물로 살해돼 함께 묻는 장례풍습이라고 배웠는데,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후 인골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 주인은 성장판도 채 닫히지 않은 열예닐곱 살 정도의 소녀로 밝혀졌고,

'송현'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순장녀 송현이는 무덤의 주인과 같이 묻혀 있었던 인물을 복원한 소녀인 것이다.

 

역사,특히 가야사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울산 대곡박물관, 창녕 박물관 두 곳에서 그녀를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소설 <가야에서 온 소녀> 가 송현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라고 해서 처음부터 관심이 많았다.

천오백여 년 동안 어두운 무덤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이유가 뭘지,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었다.

<가야에서 온 소녀>는 송현이를 모티브로 하여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든 이야기로, 현대 과학으로 재현해낸

송현이를 작가는 송이로 재현하여 실제로 존재했으나 기록이 제대로 남지않은 나라 가야의 역사와 문화, 가야 사람들의

삶을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소설에는 주인공 송이 외에도 실제 존재했었던 인물인 김유신의 할아버지 김무력과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들, 비사벌 왕, 태자의 정혼녀였지만 결국 신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송이 이모 아라, 비사벌을 배신하고 신라의

관리가 된 제사장 등이 나오는데,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 신라의 백성으로 살아가야하는 가야인들의 한과 아픔을

장마다 화자를 달리하여 신녀, 송이, 무력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으로 담고 있다.

그동안 역사적 기록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태자와 신녀의

루어질 사랑 이야기에 가슴 아팠고, 울딸과 같은 어린 나이에 죽은 자의 마지막 가는 저승길에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송이의 삶이 너무도 가혹하고 안타깝게 느껴져 그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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