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신명숙의 선택 - 이프 여성경험총서 2
김신명숙 지음 / 이프(if)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사람의 70%은 우울증,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주부의 우울증. 심각한 상황에서는 자살도 할 수 있고 우리 지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베란다에서 투신을 한 주부가....
주부의 우울증.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우리는 이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데...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나는 이 책은 너무 공격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처음 이 책을 받기 전에는 에세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지만 이 책은 여성들의 고민 상담글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정했던 부분이 많지만 일단 우호적인 부분부터 나열해 보겠다.
여성에게 임신을 강요하는 것. 남자. 피임기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요를 하는 것이 남자라는 사실에는 거의 이의가 없다. 그리고 여성에게 피임, 출산 둘 중 어느 선택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남자들이라는 것도 사실 맞다. 맞았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케이블 방송에서 '리틀맘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한다. 본 적은 없지만 처음 그 광고를 봤을 때 나는 생각했다. '미친놈들', 나는 낙태를 반대한다. 그리고 미성년의 출산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이 상반된 입장에서 내가 가장 크게 간과한 것은 바로 임신이 여성의 자의에 의해서였는가라는 사실이다. 여성은 거부했을 수 있다. 남성이 강요했던 관계이고 그 상태에서 벌어지는 임신에 대해서는 누구의 책임인가. 특히 그것이 미성년일 때 나의 입장은 그녀에게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녀가 최대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이 부분을 일깨워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낙태 권하는 사회가 남성의 책임이라고 말한다는 것... 88만원 세대에서는 이 문제를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문제라고 말한다. 갈은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학업을 이어나가는 것. 유럽국가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미칠듯이 높은 집세. 낮은 아르바이트 임금. 대학 졸업을 강요하는 사회. 남자가 아닌 이런 사회구조 때문인 것을 저자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혼전계약서도 삭막한 것이긴 하지만 저자가 내놓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이것으로 인해서 결혼 직전에서 헤어지는 연인들도 많아지겠지만 불합리한 가정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결혼이 정말 사랑만으로, 정만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변할 것이다. 그럼 결혼은 대체 무엇일까....
이 책에 저자는 여성들에게 항상 자신을 가지라고 말한다. 아마 요즘 20대 초반 여성들에게는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나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30~40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말이다. 그것이 무력감, 우울증,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좋은 점도 위와 같이 있지만 사실 나는 이 책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 구구절절 많이 나열하겠지만 '남자 때문이야' 라는 한 마디로 귀결된다.
나는 남성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많은 편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경험과 가치관을 이 책에 비추어 볼 때 불과 이 책의 2/3까지의 내용으로도 수긍이 안되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어휘에 대한 차별, 저자는 남여 대신 여남을 쓴다. 솔직히 웃긴 짓이다. 그 정도 밖에 생각이 안 닿았을까. 평등을 원했다면 양성이라든지 말을 좀 길게하더라도 사회 양쪽 구성원이라는 말을 쓰는게 낫지 않을까. 언어학에서 사회에 정착되어 널리 쓰이는 외래어를 바꾸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거북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남여가 외래어라면 외래어다. 하지만 너무 오래 듣지 않았나. 언어학적으로 틀리다하더라도 그 말이 평등을 가져온 말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틀렸다.
또한 여류작가, 여자 경찰관, 여군 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 간호사, 미용사처럼 여자의 직업에 남자가 끼어들었을 때 붙는 '남자'라는 말은 그 분야에 남자가 귀하기 때문에 튀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여자가 전문적 직업전선에 나서기 전에는 그 직업에 여자가 귀했고 그래서 그 호징이 붙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이 여자에게 보편화 된지 20년이 되지 않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4남매중 유일하게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우리 어머니 시절의 이야기다. 누가 사라장에게 여자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는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 나는 부모가 자식을 팽개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나의 부모님은 그 부분에서는 매우 충실하다. 자식의 양육은 의무다. 나는 그것을 지키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부모는 자식에게 살해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버린 순간부터 그는 남이고 그는 남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2명의 자식을 두고 있는 주부가 다른 이성에게 감정을 품게 되었다는 고민에 저자는 감정을 따르라고 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결혼 후에도 그것이 가능 하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다른 남자들이 그런 쓰레기 짓을 하고 다닌다고 해도 그 주부의 남편이 그렇다고 단언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건 자식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다. 세상에 맞을 짓이 없다고 말하지만 맞을 짓이 없다고 해도 죽을 짓은 있다. 그것은 무시한 발언들은 나와 내 동생을 위해서 20년간이나 천식약을 드시며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신 내 아버지를 병신 취급하는 짓이다. 남자라고 해서 돈을 쉽게 벌어오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를 집에서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해 여자는 남자가 돈을 벌러 직장에 가는 것을 단순히 외출로면 생각하는 건 아닐까? 저자는 왜 남편의 노고에 대해서 인정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기적인 방법만 가르쳐 준다. 추구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 신장이 아니다. 평등이지 않는가?
아동 성애화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된다. 마크슈미트는 영국에서 14세 미만 소녀의 임신이 매년 1000건을 넘는 것에 대한 이유로 이를 꼽았다. 하지만 미스코리아 대회... 여성의 성 상품화라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경쟁은 공급자인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뻐 보이고 싶는 욕망. 이게 과연 남성의 욕구에 맞추기 위한 것인가? 그러면 반대로 더러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있나? 세상 어디에 이런 것이 있나? 저자는 누구를 비판해야 하나. 남성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들이 본능적 선호를 그만 둘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여성을 설득해야 할 것인데 어떤 방식을 설득 할 것인가. 예뻐 보이는 것이다가 아니라 실력이 우선이라는 말? 웃기게도 저자는 같은 책에서 이 입장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여성은 단순히 외모로 평가받는 다는 말을 동시에 쓰는 오류를 범한다. 다른 상황에 대한 다른 적용일 수 있겠지만 두 입장 전부를 옹호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잣대다.
또한 남자들을 폄하하는 것. 여자가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되지라는 말을 피의자인 남자들이 돌아다니지 말아야 한다로 바꾸는 것. 강간범이 노리는 것은 모든 여자다. 모든 남자가 강간범인가? 이 모순적인 말로 저자는 나를 포함한 남자를 강간에 미친개로 만들었다. 저자가 소개해 준 바대로 여자는 혼자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연과 우주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미친 짓을 하지 않겠지만) 남자는 아닐 수 있다. 평등이라면 둘 다 성적인 쾌락을 추구 할 권리가 똑갈은데 남자는 여자가 없으면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여자에게 이 권리가 돌아가 버리는 걸까. 포르노는 잘못된 성적 환상을 가져다 주어 부부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옳고 여성을 폄하하는 것이 백번 옳다. 하지만 이것이 남성의 성의 평등이라면 평등이다. 없애기 보다는 고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여자에 대한 인식. 사회에는 여자 밖에 없나? 남자도 있다. 남자에 대한 인식을 왜 무시할까? 사실 여자에 대한 차별은 남자가 사회에서 남자에게 강요하는 남성상에 맞추기 위한 남성의 노력에서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 사회는 남성에게 여성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한다. 미스터 주부 퀴즈왕이나 KBS 드라마시티에서 보이듯이 직업이 없는 남자는 비참하다. 남자는 직업을 가지고 가정을 이끌어야 된다. 이것이 남자에게 주어지는 편견이다.
여자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이유로 여자를 강간한다는 사례를 왜 저자가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보편적인가? 꼴통 학교에서도 결코 빈번하지 못한 '강간'을 그런식으로 붙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위와 마찬가지로 남자를 섹스에 미친개로 폄하하는 역차별이다.
나는 여성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내 또래 친구들중에 남녀 공학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부럽다고 한다. 여자에게 밀리는 내신 때문이다. 포항공과대학에서 수석을 한 학생도 여자다. 여자가 남자보다 섬세하고 우월한 점이 많다. 남자는 그래서 두려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여자를 유일하게 앞서는 것인지도 모르는 힘으로 누르려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구도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에는 남녀가 평등하게 경쟁하는 시대가 온다. 하지만 이 평등은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 남성이 밀려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 시대에서는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남성이 기득권층이 아닌 여성이 기득권층인 세상에서는 그것이 가능할까? 이것이 내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평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페미니스트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이런 불행한 싸움없이 공평한 책임과 권리를 가지고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내가 나에게 아쉬운 것은 남자의 입장으로 밖에 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 이 책을 읽고 싶은 여성 독자가 있으면 누구에게라도 이 책을 기꺼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