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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오디세이 - 뉴욕의 사계절과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나선 이방인의 여정
이철재 지음 / 이랑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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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작가의 음악, 문학, 미술, 역사, 자연 그리고 요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개인적인 경험 즉, 자신의 일과 지인들과의 만남들을 엮어 모든 글에 절묘하게 녹아내어 마치 만담꾼처럼 적재적소에 재미나게 풀어 놓았다는 것이다.

 

사실 30년도 전에 필라델피아에서 공부하면서 몇 번 방문했던 뉴욕시, 엄밀히 말해 맨해튼을 포함한 몇 곳을 방문한 것이 뉴욕 전체라는 기억을 갖고 있던 내게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나의 오류를 여실히 수정해 주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한 지역을 놓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뉴욕주의 업스테이트와 다운스테이트를 달리 구분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사람들은 역시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확인되어 재미있었다.

 

지리적 위치로 눈이 많이 올 수 밖에 없는, 그런 눈에 갇혀 Cabin Fever를 경험해 보고 싶은 센트럴 뉴욕, 가족 경영 회사이지만 그 어떤 상장회사보다도 훌륭한 기업 윤리, 지역 공동체로서의 역할, 직원들을 위한 최상의 복지, 그 모든 것의 결실을 고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로 이끌어 내고 있는 웨그만즈, 시라큐스의 자부심이라는 말에 백프로 동감. 뉴욕주 운하 시스템을 통해 동부와 서부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그 결과로 미국 경제의 중심에 섰던 뉴욕, 역사의 흐름 속에 펜 스테이션의 과오를 통해 그랜드 센트럴을 지켜난 뉴욕시 사람들, 그 전성기의 중심에 있던 맨해튼의 호텔과 거기에 모이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코리아 타운의 거리로 까지 이어진다. 작가의 음악적 깊이가 느껴지는 뉴욕 메트의 오페라 이야기들이 결국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까지 이어진다.

 

센트럴 뉴욕의 봄소식을 작가가 사랑하는 파머스 마켓을 통해서 자신의 요리와 음악 이야기로 풀어 낸 것도 신선했다. 특히, 요리를 할 때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듣는다는 작가를 따라서 나도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요리를 해 보았다. 공감이 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저자가 엑스팻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서울 가족 이야기 그리고 가족에게서 물려받은 재주와 솜씨로 시라큐스에서 가꾸는 정원, 김장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햇장까지... 한국의 주부들도 이제는 사 먹는 것을 먼 미국에서 만들어 먹는 남자. 기립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오랜만에 찾아 온 친구를 위해서 홈메이드 파스타를 대접하고 시라큐스의 장미 정원, 몬테주마 야생보호지역, 피츠포드 빌리지의 낙농장을 들러 공항까지 배웅하며 된장과 사람은 오래될수록 맛이 난다고 그래서 그렇게 세월이 흐를수록 맛이 들도록 된장과 와인과 우정이 넘치는 삶을 살겠다고 한다. 그게 행복이니까.

 

쿠퍼스타운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글리머글래스 페스티벌 오페라 축제, 쿠퍼스타운의 유래, 즐거웠던 추억이 떠난 사람으로 쓸쓸하게 하는 심정, 이 이야기꾼은 비 오는 날에 듣는 바흐의 <영국 모음곡>에서 마침내는 별에서 온 사랑, 도민준의 이야기로 쉽지 않은 세상사를 풀어 놓는다.

 

뉴욕의 4대 의사당 건축가였던 지인과 뉴욕주 의사당 구경하면서 의사당의 역사와 보수의 과정과 사진까지 상세하게 찍어 선보인다. 모교인 포담 대학교와 브롱크스 동물원 이야기가 코끼리의 본 워시핑(Born Worshipping)으로 이어져 슬픔이 추억이 되는 이야기,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사우전드 아일랜드의 풍경과 사진들, 저자의 삶의 활력소가 되는 여름 정원 가꾸기, 제철 과일 잼 만들기, 올리브기름 전문 매장, ‘인디언 서머그리고 과꽃이 가을을 알린다는 것으로 마무리. 개인적으로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고 싶어진다.

 

저자는 다시 에디론댁산맥으로 단풍 구경 가는 것으로 가을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차의 속도와 주변 풍경들, 이타카와 탁카낙 폭포에서 글레노라 와인 농장으로 이어지는 와인 컨트리 여행, 허드슨 밸리의 풍경화와 토마스 콜 사적지, 허드슨 강의 일몰까지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끝으로 쇠락하고 있는 오스위고의 자랑인 두 가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에 틈새시장을 찾아 대형 체인서점보다 몸집이 작은 독립 서점이 생존에 유리함을 증명한 작은 독립 서점 리버스 엔드,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WRVO-FM(공영 라디오 방송국) 뉴욕 주립대 오스위고 캠퍼스가 운영하는 공영 라디오로 애청자들과 지역사회 중소 상공인들의 기부금만으로 운영된다고 한다.저자가 작은 액수이지만 매년 기부금을 내는 이유가 케이블 뉴스의 홍수 시대에 공정한 보도의 원칙은 듣는 사람이 지켜야 하기 때문이란다.

 

작고 느리지만 소중하기에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맨해튼은 뉴욕시에 속한 구이고, 뉴욕시는 뉴욕주에 속한 시(市)이다. - P10

탑승 전 줄을 서서 기다릴 때면 늘 스팅(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을 듣는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이사를 한 뒤로 나는 그 노래를 내 테마송이라고 부른다. 그 노래 후렴 ‘I am an Englishman in New York‘만 ‘I am a Korean man in New York‘으로 바꿔 부른다. - P85

버섯과 치즈 사이로 향긋하게 퍼지는 깔깔한 호프 순을 씹으며 오랜만에 창문을 열었다. 아마 지난 겨울 문을 모두 닫은 후 처음인 듯했다. 푸르니에의 하이든 <첼로 협주곡>은 이미 끝났고, 버섯 볶는 소리도 사라졌고, 조용해진 집안에 송버드들의 노래가 들려왔다. 마치 악보를 다 알고 있듯이 부르는 노래. 창밖에는 나뭇잎들이 연녹색으로 돋아나고, 목련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었다. - P105

한사장님은 어느 하루 오랜만에 가게에 나와 있다가 내가 말린 취를 장바구니에 넣는 것을 보고 놀랐다. 조용히 부인에게 다가가 "아니 철재씨는 해 놓은 반찬은 안 사고 취나물 말린 것을 사 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미시즈 한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메주가루도 사 가." - P113

인간은 일부러 모교의 교정을 찾아 과거의 냄새를 맡는다. 아버지가 절친한 친구 같았던 처남을 생각하며 차던 시계의 줄을, 아들이 어머니께 드리며 아버지를 기억한다. 제자는 스승의 친구를 만나 스승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이 인간의 본 워시핑이다. 슬픔을 나눠 그것으로 추억을 새긴다. 슬픔이 추억이 될 때 우리는 다시 털고 일어나 살아간다. 추억과 기억은 사회가 있어 생겨나고 존속한다. 그래서 인간은 함께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84

서점만이 주는 평온함 또한 디지털 시대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오스위고 지역 사람들은 은은한 커피 향 같은 아날로그의 평안함을 리버스 엔드에서 얻는다.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변호사도, 의사도, 회계사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라고 하지만 아날로그의 포근함, 인문학, 문학, 예술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 믿는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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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오디세이 - 뉴욕의 사계절과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나선 이방인의 여정
이철재 지음 / 이랑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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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웨그만 식료품점, 파머스 마켓, 올리브기름 전문매장, 올드포지로 가는 기차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리버스 엔드 서점과 공영 라디오 방송국은 부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공정한 보도의 원칙은 듣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것이고~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찾아 들려주는 역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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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을 그림 -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정은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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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솜씨도, 세상을 보는 시선도 따뜻하고 예리한 분이네요. 저도 만년필을 좋아하는데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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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20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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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과 함께 있어 두고 두고 천천히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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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Ocean : An Inky Adventure & Colouring Book (Paperback, 영국판)
조해너 배스포드 / Ebury Publishing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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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바다를 보는 듯해서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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