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190센티가 넘는 키에 몸무게는 100킬로그램 이상. 온몸에는 흉터. 정해진 주소는 없다. 가방도 없다. 몸에 지닌 소지품은 접이식 칫솔과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여권, 현금카드뿐(이마저도 911사태로 신분확인이 깐깐해지기 전에는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여벌 옷도 없어 3, 4일마다 새 옷을 사서 갈아입고 입었던 옷은 버린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다 사건에 휘말린다. 이 남자의 이름은 잭 리처. 소설가 리 차일드의 인기 소설 잭 리처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잭 리처는 육군 헌병대 출신이다. 군인이 문제를 일으키면 이를 수사하고 도망간 사람을 쫓는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지만 군대 내의 알력 싸움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와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자신의 머리로 사건을 파헤치고 정면으로 돌진해서 적들을 다 때려 부순다.


1030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헌병대의 일원이었던 캘빈 프란츠가 하늘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헌병대 시절 잭 리처의 오른팔이었던 프랜시스 니글리가 이를 알게 되고, 휴대 전화나 이메일 등 일반적인 연락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잭 리처를 호출하기 위해 리처의 계좌에 1,030달러를 입금한다. 여기서 나오는 1030은 상징적인 숫자로 헌병이 동료들의 도움을 다급하게 요청할 때 사용하는 무전코드이다. 돈을 인출 하다가 이를 알게 된 리처가 프랜시스 니글리와 접촉하게 되고 니글리는 잭 리처에게 예전 팀의 대원들을 불러모아 어떻게 된 일인지 밝히자고 제안한다. 총 아홉 명이었던 대원 중 연락이 닿은 것은 리처를 포함해 총 4. 대원 중 스탠 로우리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초반에 사망한 캘빈 프란츠 외에 3명은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 연락이 닿은 대원들과 뭉쳐 다른 대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쫓고 대원들에게 위해를 가한 자들에게 복수한다.


잭 리처는 기존에 보던 신사적인 히어로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정정당당한 승부, 왜 상대방이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 등은 리처에게 중요하지 않다. 리처는 어린 시절부터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몸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싸움에서는 정당함보다 이기고,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한번 상대방을 적이라고 인식하면 그걸로 끝이다. 상대방에게도 사정이 있지는 않은지, 갈등하고 망설이는 법이 없다. 그래서 통쾌하다. 악이 왜 악해졌는지 묻지 않고 결과를 보고 판단한 다음,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군인 시절 익힌 기술로 완전히 박살 낸다. 악인이라고 해도 무조건 처벌받지 않는 현실과는 달라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기존의 잭 리처 시리즈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항상 고독한 늑대처럼 홀로 싸우던 잭 리처가 예전 부대 대원들과 뭉쳐 팀으로 움직인다. 예전 동료들과 함께 지내던 시절을 회상하고 다시 여럿이 움직이는 상황에 적응하는 리처의 모습이 신선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평소에는 정처 없이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데 만족하던 리처가 현실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군대에서 제대한 다음 보안 전문가로 고수입을 올리며 소위 잘나가는 프랜시스 니글리와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며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겉으로는 일반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고전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위안 삼기도 한다.

1030에서는 잭 리처 시리즈 특유의 시원한 액션은 놓치지 않으면서 다른 시리즈에서 보기 힘든 잭 리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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