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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ㅣ 교양 100그램 7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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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민주평화론], [죄수의 딜레마], [파편화] 현상에 대한 이론을 알고 있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수월할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의 국제질서 3대 축 (민주주의-시장자본주의-국제협력)이 트럼프 정부 이후에는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여 이해하기 매우 편했다.

*미국 우선주의-백인 우선주의-트럼프 우선주의로 이행함

트럼프 정부 1기 때, 나는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된 채, 일관성 없는 행정명령을 따라야 했던 전문외교관의 입장이 매우 궁금했었는데,

저자의 트럼프 정부의 외교 스탠스에 대한 설명에는 아쉽지만 나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는 "지금 한국이 혼란스러운데 무슨 미국 외교를?" 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자는 미국 중심의 패권 해체에 대해 '파편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Multipolarity(이하 다극화)와는 다른 개념인데......

‘다극화’는 새로운 강대국들의 등장을 전제로 하지만, ‘파편화’는 강대국조차 일관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질서한 세계로의 이행을 강조한다.

매우 날것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각자도생하는 국제사회, 국제사회가 야차룰로 돌아간다" 라고 할 수 있을까?

패권의 수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 아예 중심이 없어지고 국제질서가 분해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묻고 답하기’부분이라고 답하겠다. 무려 다년간 외교전문가, 외교요직에 있었던 저자가 직접 선별한 꼭 생각해봐야 할 보석같은 질문들이 모여있다.

정치학도라면, 꼭 책을 참고하여 다양한 토론을 즐겨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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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증보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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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보고,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 감동받았다.

구판의 표지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지?” 싶게 모호했는데, 개정판은 한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운전자의 시야에서 찍은 개선문’이다. 제목과 이미지가 매끄럽게 연결되니, 이제야 비로소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기분이었다.

10대 시절,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늘 ‘청소년 필독서 목록’에서 봐왔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진 않은 채 도서관에서 마주할 때마다 막연히 ‘빠리에서 택시를 몰며 만난 이상한 손님들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노란 선으로 그려진 에펠탑이 마법처럼 빛나 보이던 탓에, 어쩐지 심오한 로맨스일 거라고도 짐작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대해 눈뜨면서 나는 알게 됐다. 이 책은 로맨스도, 소설도 아니다. 저자는 실제로 프랑스 파리에 망명했던 인물이고, 그 망명은 단순히 ‘시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시점에서 ‘그 정도로 망명이라니, 뭔가 다른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며 의심스러워했다. 그것은 아마 웬디 브라운의 『관용』을 읽은 직후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라운은 말한다. 관용은 도덕적 미덕이 아니라 권력의 작동이며, 시혜적 태도라고. 나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더 이상 관용의 대상이 되고 싶지도, 관용을 아무 생각 없이 베풀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고등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 청년이다. 똘레랑스 같은 건 기본적으로 내장된 세대다’라고 자부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뉴스를 보며 ‘노동자’라는 단어에 무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노동자’가 될 수조차 없는 이들이 등장하는 시대, 나 역시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매일 시험받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증명하고 싶다가도, 새벽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라며 눈물에 깨어나던 시기. 그때 마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문은 로맨틱했다. 홍세화 작가가 추천한 파리의 거리와 장소를 구글 맵에 표시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농담, 웃을 수 없을 만큼 아픈 진담에 마음이 멎기도 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관용 받는 자’의 위치에서 그린 ‘이방인’의 자화상이다. 이 책은 구조적 차별과 프랑스 사회의 ‘시선’을 마주한 풍경화다. 청소년을 향한 메시지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관용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착시와 폭력에 대한 정면 돌파이자 증언이다.

웬디 브라운은 관용을 ‘힘 있는 자가 베푸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홍세화는 관용을 ‘공존을 위한 연대’로 전환한다. “혐오하기보다는 분노하라. 분노하기보다는 연대하고 동참하라.”는 그의 말이 처음엔 낯설고 멀게 느껴졌지만, 결국은 이해하게 되었다. 혐오 속에 살면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는 것. 그러니 어떻게든 ‘나만의 택시 운전 일지’를 써가며, 다양한 손님들과 마주하면서, 혐오를 넘어서 연대를 향해 가야 한다는 작가의 진심을.

그렇게 나는, 관용을 의심하던 눈으로 다시 관용을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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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증보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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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관용의 대상이 된 자가 전하는 이방인의 풍경화다. 혐오에서 연대로 향하는 여정이 조용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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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배의 기록 -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김항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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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나 인터넷의 평을 읽어 보면 이 책이 "전쟁 패배의 기록을 넘어선, 전후 국가 복원을 위해 필요했던 '정치사상 건립 실패'의 기록"이라고 읽힘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왜 전후 민주주의는 실패작이 되었는가?'에 대한 긴 설명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그보다, 실패를 향한 궤적. 혹은 패배라는 결론이 나게 된 '결정적 국면의 모음집' 혹은 인간 사고의 '구멍 모음집'이라고 보았다.


이 책은 전후 민주주의의 실패를 비난하거나 성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일본 정치의 우유부단함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나 일본 정치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시원한 사이다를 기대했다면, 주소를 잘못 찾았다고 말 하고 싶다. 이 책은 회초리가 아니다. 이 책은 패배라는 결과에 대한 당사자들은 인지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인지적 함정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이 패배의 기록은 확고한 신념이나 확신의 화려한 빛 이면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여러 맥락이나 해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그렇다, 이 책은 인간 사고의 '구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7장 모두가 본질적으로 '패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이러한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추론해 보았다. 

본질은 여러 패배의 기록 뒤에 그 얼굴을 희미하게 드러낸다. 

어떤 본질은 한 문장으로 간편하게 정리되기 어려울 수 있다. 

본질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 구조의 성질을 모방해야 하는데, 그것은 강박적 반복이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결국 김항 교수님은 "수많은 '파국적 경험'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전후 민주주의(의장)에 대한 본질적 고찰이 없다면 

'미래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창출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메타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전후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 고찰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전후민주주의 구성에 대한 계보학적 탐구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프롤로그에 그 힌트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개별사회를 통해 탈주하는 개인을 포착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징후를 포착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김항 교수님식의 표현으로는 '개별사회'를 관찰함으로써 '정치적 주체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2015년에는 <제국일본의 사상>으로, 2025년에는 <어떤 패배의 기록>으로. 

2035년에는 책 제목은 알 수 없지만 일본 사회의 소외된 자들(노동력마저 상품으로 팔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담론을 들고 오시지 않을까 기대된다.

하지만 모든 작품의 풍부함은 작가가 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체계 속에 무언가 그가 ‘지배하지 못한‘ 체계를 갖는 것에 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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