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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배의 기록 -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김항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평점 :
기사나 인터넷의 평을 읽어 보면 이 책이 "전쟁 패배의 기록을 넘어선, 전후 국가 복원을 위해 필요했던 '정치사상 건립 실패'의 기록"이라고 읽힘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왜 전후 민주주의는 실패작이 되었는가?'에 대한 긴 설명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그보다, 실패를 향한 궤적. 혹은 패배라는 결론이 나게 된 '결정적 국면의 모음집' 혹은 인간 사고의 '구멍 모음집'이라고 보았다.
이 책은 전후 민주주의의 실패를 비난하거나 성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일본 정치의 우유부단함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나 일본 정치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시원한 사이다를 기대했다면, 주소를 잘못 찾았다고 말 하고 싶다. 이 책은 회초리가 아니다. 이 책은 패배라는 결과에 대한 당사자들은 인지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인지적 함정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이 패배의 기록은 확고한 신념이나 확신의 화려한 빛 이면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여러 맥락이나 해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그렇다, 이 책은 인간 사고의 '구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7장 모두가 본질적으로 '패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이러한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추론해 보았다.
본질은 여러 패배의 기록 뒤에 그 얼굴을 희미하게 드러낸다.
어떤 본질은 한 문장으로 간편하게 정리되기 어려울 수 있다.
본질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 구조의 성질을 모방해야 하는데, 그것은 강박적 반복이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결국 김항 교수님은 "수많은 '파국적 경험'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전후 민주주의(의장)에 대한 본질적 고찰이 없다면
'미래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창출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메타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전후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 고찰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전후민주주의 구성에 대한 계보학적 탐구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프롤로그에 그 힌트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개별사회를 통해 탈주하는 개인을 포착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징후를 포착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김항 교수님식의 표현으로는 '개별사회'를 관찰함으로써 '정치적 주체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2015년에는 <제국일본의 사상>으로, 2025년에는 <어떤 패배의 기록>으로.
2035년에는 책 제목은 알 수 없지만 일본 사회의 소외된 자들(노동력마저 상품으로 팔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담론을 들고 오시지 않을까 기대된다.
하지만 모든 작품의 풍부함은 작가가 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체계 속에 무언가 그가 ‘지배하지 못한‘ 체계를 갖는 것에 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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