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열전 - 3.1운동의 기획자들.전달자들.실행자들
조한성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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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열전은 삼일 운동으로 실존적 인간의 존재를 증명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1장 기획자들>에서는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삼일 운동에 끼친 영향을 파헤치고 ‘독립’에 눈뜨는 조선인의 자발성을 묘사한다. 민족적 열망이 명확히 표출될 때 피식민지인의 독립을 고려할 수 있다는 윌슨의 주장은,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주체 의식을 조선인 개개인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2장 전달자들>에서는 신문 발행을 통해 ‘자유’를 염원하는 학생 중심의 독립운동이 소개된다. 일제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결기가 강렬하게 묘사된 부분으로 민중이 전면에 부각된다. 법정에서 이들은 일본의 정치가 생각과 가치의 개별성과 차이,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불평등하기 때문에 만세 운동에 참가했다고 당당하게 맞선다.

 <3장 실행자들>은 삼일 운동이 민족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민주주의’ 운동이었으며,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뿌리였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가의 대표성, 민주성, 대의성을 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존하는 정치제도를 꿈꾼 것이다.

 저자는 만세운동가들의 행적과 법정심리를 교차하여 기술한다. 사료의 기록을 충실히 분석하되 사건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을 찾기 위해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하는 팩션의 방식을 취했다. 역사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연속적 순환이며, 보통 사람이야말로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사관을 초지일관 유지한다. 즉 역사와 역사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에 주목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사유할 실마리를 던진 만세열전의 주인공들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이 시대의 독립, 자유, 민주주의는 어떠한지 궁리한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형극의 길을 자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성했던 점은 근래 대한민국을 바라봤던 원망섞인 자세였다. 이생망, 헬조선이라는 자기 비하는 자주적인 삶의 가치를 외면하며 살아가는 징후 아닌지. 불만과 부정의 사고와 행동 체계 대신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결의를 다져보고 싶다.

 소비하는 상품들로 행복을 느끼고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마저 확인하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획일화된 상품세계의 권력에 복종하여 ‘시장의 자유, 소비의 자유’에 매몰된 채 일희일비하는 것은 아닌가? 풍요로운 물질문명 시대에 외로움을 호소하고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감성에 의존하는 자유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작년엔 미국에서, 올해는 브라질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해 군중이 의회에 난입한 사태의 원인에 양극화된 정치가 있다. 화려한 구호, 교묘한 선동을 일삼는 정치가와 폭력적인 지지층만 보이고 포용은 온데간데없다. 갈수록 알고리즘화 되어가는 일상에서 빅 브라더를 경계하는 시민의 용기가 절실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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