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만두 한 판이요! 창비아동문고 351
송혜수 지음, 란탄 그림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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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일과 초등 자녀로 인해 어린이책을 종종 읽는 편이다. 평소 아이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편이라서 이 책도 그렇게 아이와 함께 읽게 되었다.
주인공 뜸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인 것 같다. 어른인 내 입장에서는 너무 애어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내 아이들은 뜸이의 그런 성정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뜸이 아빠, 저래도 되는 거야? 아니!! 어떻게 자기 아들을 자기가 안 키우고 할아버지랑 살게 하냐고!!”하며 열을 올렸다. 내 아이들은 번번이 뜸이 편이었다. “뜸이 아빠가 좀 잘하면 좋겠는데”, “뜸이 불쌍해”, “뜸이 아빠가 잘하면 뜸이가 걱정을 안 하지!” 등등. 그런데 어른인 내 눈에 가장 밟히는 인물은 뜸이가 아닌, 뜸이 아버지, 황빚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일을 빚어내지 못하고, 그의 삶과 전혀 관련 없었던 만두를 빚게 된 젊은이다. 이제 겨우 서른. 얼마나 어린 나이인가. 사춘기 아들을 둔, 이제 막 어른 노릇을 하게 된, 어쩌다 떠밀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등 떠밀릴 인생을 목전에 둔 가여운 어른. 긴장될 때마다 복싱 스텝을 밟는 서툰 어른.
그런데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들 뜸이와 아버지가 물려주신 달인만두를 책임지며 자기 자리를 지켰다. 잘 되지 않는 ‘달인만두 제맛내기’를 위해서도 부단히도 노력했다. 익숙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어른의 시간을 지켜내려 한 것이다.
서툰 어른인 뜸이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보다 더 의젓한 뜸이의 모습은 이야기 내내 대비된다. 내 아이들은 뜸이 아버지가 뜸이보다 못하다고 답답해했지만 내 눈엔 뜸이 아버지가 참 대견해 보였다. 그는 자신을 연민하지도, 도망치려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간 자신을 주저앉혔던 두려움을 직시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을 자기 아들의 조수로 내려 앉히고 자기 아들을 달인으로 높여주기까지 했다. 내 눈에 이 이야기는 뜸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뜸이 아버지의 성장 스토리로 보였다.
나는 뜸이 아버지같은 인물이 좋다. 그처럼 순박하고 지긋한 인물에 정이 간다. 그래서 주인공 황뜸 대신 황빚음을 바라보고, 이런 어린이책에서 어른의 삶을 돌아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뜸이도, 뜸이 아버지도 꿋꿋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이야기는 “뜸 들이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이야기에서 꿋꿋함을 발견했다. 그 “뜸 들이는 시간”을 벼텨내는 것 또한 꿋꿋함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조급해도 참는 것, 잘 되지 않아도 계속 해보는 것, 그 모든 것들이 꿋꿋함이다. 뜸이와 뜸이 아버지는 아마 앞으로도 그 꿋꿋함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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