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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생각법 - 세계 최고를 만드는 유대인의 지혜
류종렬 지음 / 미다스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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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떤 사람을 천재라고 보는가? 남들과는 아예 다른 시각으로 보는 예술가적 성질을 지닌 사람? 누구도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을 현실로 드러내어 전 세계의 부를 거머쥔 사람? 뛰어난 머리로 그동안은 밝혀내지 못했던 것을 발표하여 학계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킨 사람? 천재라고 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사람들은 대게 위에서 서술한 사람들일 것이다. 정복, 지배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천재들은 무언가를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정보가 되었든, 상상이 되었든, 언어가 되었든지 간에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파고들어 최고의 반열에 오른 사람을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전면에 드러내 모든 정보를 관리하게까지 된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나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향유하는 그들만의 문화를 소비하게 만든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조개껍데기에서부터 무역을 시작해 석유 산업을 일구어 낸 로얄더치셸의 마커스 새뮤얼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언어 시스템을 만들어 낸 언어 천재 노암 촘스키... 이밖에도 시대 변화의 주축이 되어 지금까지 철학, 심리, 경제, 사회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자본론의 마르크스나 정신분석의 프로이트,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까지.

  놀라운 것은 지금 열거한 사람들이 모두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10%에도 미치지 않지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자본을 가지고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은 진정 천재라는 이름의 수식이 어울리는 듯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람들의 업적에 놀라고 롤모델로 내세우며 그들의 생각을 쫓아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천재의 생각법은 바로 왜 천재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은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그들이 그렇게 불리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본다. 그래서 이 책은 천재의 생각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그들 생각 자체를 서술하기 보다는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행로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신념들을 살펴본다. 얼핏 보면 자기계발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현대의 위인전인 셈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고 또 그들이 어떤 식으로 어릴 적 교육을 받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책은 각 분야의 유대인 출신의 천재들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고 중간중간에는 유대인 속담이나 탈무드의 구절들이 인용구처럼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와 같이 우리가 어린 시절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라든지, “세상에는 너무 지나치게 쓰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빵의 이스트, 소금 그리고 망설임이다. 또한 숨겨진 유대인 이야기라는 코너에서 유대인과 관련된 흥미롭지만 우리가 알고 있거나 차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소개한다. 따라서 이 책은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닮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현재를 주름잡고 있는 기업가나 학자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입문서가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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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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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적 우리나라에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 '마시멜로우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에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을 수 있는 의지, 즉 미래를 위해 당장의 즐거움을 참을 수 있는 힘은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인내만으로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들어봤을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라는 말이 나를 정의하기 시작했다. 열정을 갖고 무언가를 시작할 순 있었지만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몇 번의 좌절을 경험한 뒤 나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거기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한 분야에서 알아주는 사람, 즉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그들에겐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같은 재능 또는 지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와 같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그릿』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릿』을 쓴 저자는 우리 범인과 같이 어렸을 적 천재라고 기대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한 번 잡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여 결국엔 천재들이 받는다고 알려진 상을 수상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 공을 자신의 지능이나 환경, 재능에 돌리지 않고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는 끈기에 돌렸다.
 저자가 말하는 끈기, 즉 Grit은 어떤 고난도 견디는 근성, 집념, 투지를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어떠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노력보다 재능으로 본다.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인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었던 살리에르처럼 노력은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일까? 아무리  재능이 많아도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모르면 빛을 발휘할 수 없다. 결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형이든 노력형이든 간에 상관없이 '적성'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인내심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끈기이다.
 일단 무언가에 흥미를 갖게 되면 우리는 잠깐동안 발을 담근다. 그러나 거기서 완전히 몸을 적시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대로 엄지 발가락만 적시고 발을 빼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 곳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흥미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내가 몰두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조그만 지표, 단서일 수도 있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봐야 한다.
 책의 저자는 그릿에 대해 여러 심리학적 용어들과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 어떻게 끈기를 기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한다. 그래서 성공신화만을 보여주고 정확한 길을 제시하지 않는 여느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르다.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도 원한다면(그리고 책에 있는 방법을 잘 실천한다면) 후천적으로 그릿을 기를 수 있지만 그 역시도 많은 부분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환경이 안 좋은 사람들도 성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가난한 아이들은 그릿을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버린다. 결국 그릿은 선천적인 요인은 아닐 수 있지만 환경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더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며 아이들을 대할 때 더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그릿은 재능과 노력 중에 노력의 손을 들어주며 누구나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지만 저자가 전공한 긍정심리학, 성취심리학은 개인 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따라서 사회가 개인을 착취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너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밖에 안되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사는 젊은이들에게 더이상 노력을 하라는 얘기는 귓등에도 닿지 않을지 모른다. 같은 것을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하지만 그밖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지만 그 길이 자기가 원하는 길로 향하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중도에 포기해버린 것들도 꽤 된다. 포기하게 된 것들은 대부분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발짝 더 떼지 못한 것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릿은 버티는 힘, 끝까지 가보는 것 그리고 더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다. 현대에는 너무나 많은 기회들이 널려있다. 그래서 이게 아니면 저걸 하고 저게 아니면 다른 걸 하자는 마음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얕은 물에서 놀 수 밖에 없다. 깊은 물에 완전히 잠기면 경험할 수 있는 것들 앞에서 등을 돌리는 일은 너무나 많은 후회를 남긴다. 이러한 미련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열정적 끈기인 그릿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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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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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무겁다. 마치 비오는 날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은 벽지처럼 슬픔으로 눌러붙은 책장을 넘기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페이지 수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한 소녀, 리디아가 왜 호수에서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미국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다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중국계 미국인 제임스 리(아빠). 의사가 되어 전통적 여성인 엄마에게 벗어나 다름을 추구하고 싶었던 메릴린(엄마). 그리고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오히려 관심받고 있는 동생을 위로해줘야 했던 우주를 좋아하는 소년, 네스(첫째). 조용히 모든 일을 구석에서 지켜보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조용히 눈치채고 있던 막내, 한나(셋째). 그리고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구심점이 되었지만 그것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끝내 죽어버린, 리디아(둘째). 이들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리디아를 만나볼 수 있었다.

 리디아는 일종의 착한 딸 콤플렉스였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을 한 번 버렸을 때 가족들은 유기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고 엄마가 돌아왔을 때 가족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많은 것을 포기했다. 제임스는 솔직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네스는 부모에게 온전히 관심받을 권리를 그리고 리디아는 자기 자신을 포기해버렸다.(막내는 이때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이후 이런 가족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포기했다.)
 겉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자신이 믿고 있었던 틀대로 리디아를 바라봐왔던 부모는 리디아가 행복하다고 생각을 했다. 매일 밤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며 부푼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신자가 없는 전화기에 혼잣말을 하고 되고 싶어하던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한 존재가 거기에 있었을 뿐이다. 리디아가 절대로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은 바로 이런 모든 것들이었다. 부모에게 말한다면 실망하고 떠나버릴지도 사실들. 그러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은 점점 리디아의 조그만 몸 속에서 커져가고 결국엔 리디아를 집어삼켜버리고 만다.

 견딜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까.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전략은 flight or fight 전략이다. 멀리 날아가버려 피해버리거나 그 자리에서 맞서 싸우는 것. 리디아는 자신이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진실을 말함으로써 한 발 내딛으로 하지만 늦은 저녁 호수에서 수영을 터득하려고 하지만 너무 깊어 빠져나오지 못했다. 목표는 진정한 삶이었지만 결과는 죽음이었다. 
 리디아가 사라지고 나서 가족들은 이상적인 가족상에서 추락해 자신의 위치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맞지 않는 퍼즐들이 억지로 끼워져 있었으나 하나의 퍼즐이 빠지게 되면 다시 퍼즐이 맞춰져 제자리를 찾아가듯 가족들은 많은 아픔과 좌절과 상처를 겪고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한다. 딸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 아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서부터 가족들은 발걸음을 뗀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아프지만 그 아픔을 안고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주변 사람들 특히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빠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엄마는 어떤 꿈을 품고 있었는지, 동생은 현재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과연 온전한 나로써 존재하는 지를 묻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대부분의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과 마주보게 되었다.
 내가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책 제목 그대로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말해달라고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실상 그것들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의 온도를 느끼지도 못할만큼의 거리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때는 형식적인 말과 행동이 아니라 어쩌면 가슴을 쑤실지도 모르는 묵직한 사실들과 감정들에 의해서이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 이뤄주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가 서로 살아가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는 것. 부모님에게 미소를 지으며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고 묻거나 자식들에게 이거 했냐 저거 해라 가 아니라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이것들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세상을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해주려 하고 하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것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가족이라는 존재가 병이 되어 나를 옭아 매는 순간 가족은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가족만큼 가족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존재는 없다는 신화와도 같은 믿음 때문은 아닌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내가 너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것. 그리고 사랑을 다른 무언가로 포장하지 말고 날 것 그대로로 줄 것. 가족이라는 이름에 많은 꼬리표를 붙이지 말자. 그 순간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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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처럼 대담하라 - 승리를 심장에 새기는 실행력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7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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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처럼 대담하라_신동준]
21C 경제전쟁 시대에서 난세의 영웅 조조를 보다.

 삼국지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 소설 중 하나이다. 한 때는 드라마, 영화 열풍이 돌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기도 했다. 심지어는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위해 사당을 짓고 그곳에서 자신의 염원을 빌기도 하는 등의 신격화가 이뤄지기도 하였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삼국지를 아빠에게 처음 선물 받고 밤새도록 글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한 때가 있었다. 삼국지의 영웅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개성이 넘치고 영웅적이며 한 소녀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면모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의 내가 가장 사랑했었던 인물은 유비, 장비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었던 둘째 형님, 관우였다.
 적토마를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적장을 누비는 모습은 가히 적군에게는 사신이였지만 나에게는 흥분을 안겨주는 영웅이었다. 또한 술을 좋아하고 다혈질이라 모든 일을 망쳐놓는 장비와 달리 관우는 인자하며 자신감이 넘쳤으며 무엇보다 신뢰와 우애를 중시했다. 그는 형제가 위험에 닥칠 때마다 재치 넘치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전장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였다. 그래서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나 역시 그 사람을 좋게 보듯 관우가 존경하는 유비가 삼국지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보였었다. 또한 어떠한 술책에도 능한 제갈량이 인정한 사람이니 유비가 과연 통일을 이룰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유비, 관우, 장비의 활약만을 가슴에 담은 채 삼국지를 졸업했다.

 그러나 '조조처럼 대담하라'는 책은 나에게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조조는 그저 책략을 잘 쓰고 통일을 꾀할뻔 했던 인물이 아니라 중국에서 칭송받는 마어쩌둥과 중국번이 꼽는 그 시대의 최고 영웅이며 유비는 우유부단하고 언제고 눈물을 흘리며 군자 역할을 하는 간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근거하는 자료들을 보며 그동안 믿고 있었던 삼국지에 대한 마음이 예전과는 같을 수 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책에서는 조조와 관련된 중국고사를 자주 인용하며 조조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 제시한다. 먼저 조조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 다른 누구보다 더 애썼으며 심지어는 성품이 안된 사람이라도 능력이 출중하면 그를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포용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재들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조조 옆에 모이게 되었고 그를 위해 많은 간언을 하여 전장을 주도했다.
 또한 조조는 '손자병법'에 주석을 붙여 자신만의 병법인 '손자약해'를 편찬할 정도로 여러 병서들을 자주 읽는 독서광이었다. 전장에서도 수불석권(손에서 책을 놓지 않다) 하였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선생을 불러 함께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가르침을 받았다.
 이 밖에도 조조는 전쟁에 나가기 전 전략의 완성도를 중시했음에도 전투 당시에 상황이 바뀌면 계획 그대로 실행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점을 살펴 임기응변을 펼칠 정도로 상식의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결단한 것을 서슴없이 때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저자는 그동안 나를 비롯한 여러 독자들에게 조조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점들을 콕콕 찝어주었다. 또한 동시에 21C의 현재와 그 당시를 비교하며 전시상황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 조조와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삼국지는 어릴 적 그저 철없는 꼬맹이의 대영웅 서사시였다. 그러나 삼국지 안에는 어떤 인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또한 어떤 상황에서 책을 접하느냐에 따라 끝없는 해석이 가능한 무한성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내가 처음 삼국지를 읽었을 땐 '톰소여의 모험'과 같은 성장소설로 흡수했지만 현재의 나에게 삼국지는 다양한 전략과 사회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처세술과 생존전략으로 둔갑했다.
 혼란했던 시기 조조는 자신의 곁에 능력있는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으며 스스로도 본받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21c 사회적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때, 조조의 인재욕심은 자기에만 신경쓰고 사회자본을 얕잡아 보는 이들에게 일침을 주기도 한다. 또한  매번 무모하게 도전하여 실패하는 이에게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알맹이를 키우라는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조조처럼 대담하라'는 책은 모든 에피소드가 중국 고사로 이루어져서 읽기 힘든 점이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 위와 같은 다양한 관점들을 수용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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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독서법 - 세계를 지배하는 0.1퍼센트 인재들의 비밀
이해성 지음 / 미다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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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단풍이 지는 계절, 가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나는 보통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곳에서는 책을 꺼내들곤 하는데 그중 가장 좋은 자리는 지하철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지하철에서 책을 들고 있는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현재와 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책을 가까이했었다. 우리는 그렇게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책 한 권을 독파하며 지식을 쌓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는 것을 금방금방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기 위해 책 대신에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스마트폰이 책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망하는 CEO나 학자, 전문가들은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주장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백 권씩 책이 쏟아지는 시대에서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며 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이들을 위해서 독서를 위한 책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에 읽은 이해성의 ‘1등의 독서법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뇌 가소성(plasticity)' 때문이라고 답한다. 인간의 뇌는 플라스틱처럼 어떤 힘을 가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뇌의 피질 영역은 어떤 활동을 할 때 그와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독서를 할 때는 뇌의 전반적인 부위가 활성화된다. 말 그대로 쇠가 불에 가해져 어떠한 상태로든 변화 가능하게 말랑말랑해지는 것과 같이, 뇌는 독서라는 작용으로 인해 달궈져 말랑말랑해진다.
  이와 같은 변화를 직접 체험해 본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인들이다.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레오나르도 다빈치, 슈베르트,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 독서는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위대한 변화를 일구어 낸다. 나 역시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며 커왔기 때문에 책 읽기에 중요성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책을 많이 읽기만 한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책을 500권쯤은 읽어야 뇌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며(실제로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책을 적극적으로 접할 때 뇌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500권이라니!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을까 말까 한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꿈꾸는 다락방에서 하루에 책 한 권을 읽는 365일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삶이 달라진 사람들을 보면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 투자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독서는 평범한 사람을 비범하게 변화시키는 것 이외에도 몰입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며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기도 한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이 모두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훌륭한 사람들 곁에는 언제나 책이 자리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갑자기 독서를 하고 싶은 열망이 생기지 않는가? 내 인생이 책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되지 않는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독서가 이러한 열망과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0.1% 인재를 위한 리딩 팁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독서법을 체계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페이지들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더라도 다 똑같이 읽는 것이 아니므로 독서를 위해서는 자신과 맞는 독서법을 찾는 것이 좋다. 책에서는 4가지의 독서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등의 독서법에서 말하는 키워드 독서는 이러한 여러 가지 독서법에서 나온 것이다. 기본적인 것은 같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자신에게 필요한 키워드를 찾아 읽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하기 때문에 좀 더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커피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 방법을 찾는데, 인터넷이나 블로그보다는 실제로 커피 사업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이 더 확실하며 전문적이다. 즉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위해 목적을 갖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한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삶의 맥락에 적절하게 배치시켜 좀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지식의 축적으로 발전을 일뤄왔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었던 문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지식을 모아놓은 것을 우리는 책이라고 부른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과거와 소통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예측한다. ‘1등의 독서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책을 더 가까이하도록 설득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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