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할 수 있어
김혁건 지음 / 좋은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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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크로스'라는 이름은 내가 초중학생 시절 '당신을 위하여'라는 노래를 통해 알게 된 가수였다. 그리고 얼마전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음악대장이 Don't cry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한 번 더 크로스가 언급되었다. 꽤나 긴 공백이었다. 더 크로스라는 이름이 세상에 나왔다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예전에 인기가 많았던 락밴드 더 크로스는 어떻게 된 것일까,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을까 라는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넌 할 수 있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더 크로스의 보컬 김혁건씨였다. 가수가 아니라 작가로서 접한 그는 생소했다. 그러나 곧 그 생소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과거의 온 몸을 이용해 열기를 뻗쳤던 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인해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것이 2012년의 일. 2016년이 되기까지 그는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몇 번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며 경추장애로 목 아래로 거의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판정을 받았다. 과거의 영광과는 너무나 다른 극적인 변화에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노래마저도 그를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 속에서 풀어낸 그의 이야기는 모두의 기대를 기쁘게도 배반했다. 
 살기 위해서 버둥거렸고 재활을 받고 희망의 끈을 놓치 않도록 도와준 가족들의 사랑 덕분에 그는 이제 노래를 부른다. 혼자서 배에 힘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복부 압력기 1, 2호로그리고 그 노래는 예전과는 다른 열기를 띤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버거운 사람들에게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노래를 부른다.

 심리학 용어 중에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이 있다. 여기서 외상이란 작게는 개인의 경험에서 부터(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와의 이별이라던지) 크게는 사고나 재난으로 인한 경험까지를 아우른다. 이 때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무너지게 된다. 세상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내가 앞으로도 가고 싶은 곳을 내 스스로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
 이런 것들이 무너지게 되면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며 현재 일어난 사건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무너진 신념을 더욱 더 단단하게 수정하여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꼭 안전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새로운 믿음은 나를 더욱 더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새롭게 자신의 가치를 정립한 사람이 성장한다. 이것이 바로 외상을 딛고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발자국을 떼게 되는 외상후 성장이다.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제는 그 이름으로 책을 낸 김혁건씨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외상을 만났지만 그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어떤 좌절을 겪었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그의 고통을 모르는 타인이다. 그리고 그가 장애를 갖게 되면서 세상이 어떤 차가운 시선을 보였는지 나는 그 또한 느껴보지 못했다.(하지만 한국 사회가 아직까지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에는 충분치 못한 사회라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안다. 한 사람의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가 얼마나 빛나는지. 그리고 그 빛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비추는지. 자그마한 빛이 보여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빛 중 하나는 분명히 김혁건 씨의 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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