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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평점 :
[서평]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대부분 그렇겠지만 제 주변에도 단 한 명도 없는 특수 직업군. 장의사, 해부 책임자, 데스마스크 조각가,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 범죄 현장 청소부, 사형 집행인, 시신 방부처리사, 해부병리 전문가, 사산 전문 조산사, 무덤 파는 일꾼, 화장장 기사,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 임직원 등등. 죽음의 일꾼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저자 헤일리 캠벨에게 처음 죽음에 대해 알려준 건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만화가 에디 캠벨로 살인마 잭에 관한 그래픽노블을 작업 중이었다. 그때 여러 가지 그림들을 보고 삶과 너무 다름을 느꼈다. 그렇게 어른이 된 그녀는 죽음에 공포보다는 매료되었고 기자가 되어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모든 죽음관련된 직업이 신기했지만, 인상 깊은 건.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였다. 쓰나미가 스리랑카를 삼키고 수천 구의 시신의 신원 작업을 하거나, 38명의 희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 비행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한 현장 등등. 시신 한 구를 보는 것도 힘든데, 대량의 시신. 그것도 신체 일부부만 남아 신원을 밝히기 힘든 경우도 많다. 제대로 잠도 못자고 시신 조각들을 모은다. 치아, DNA, 지문 등등. 국가별 수집 정보로 일치하는 작업을 찾는다. 지문이 있는 팔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는 다양한 것으로 본다. 셩형수술 보형물이나, 인공 장기 자료, 점, 문신 등등. 나의 정체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죽음 이후라도 말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누구나 잠을 자듯 호상을 하면 좋겠지만, 불의의 사고나 사건을 당할 수 있다. 만약 지문을 남길 팔이 사라진다면 다른 부위로 내가 나 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신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이런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고독사도 많다. 죽고 나서 몇 달간 발견되지 않는다면 참 슬플 것이다. 누군가 나를 그리워하고 알아주길. 혼자가 좋긴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의 생사를 궁금해할 절친과 가족 정도는 있어야 할 듯하다.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건 잘 죽는 것 같다.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 될까.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잘 준비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