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소설집. 계간 미스터리에서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가 여러 단편으로 기본기를 쌓고 처음으로 낸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갓 데뷔한 신인 답지 않게 글솜씨가 매우 수려하다. 다독을 한 작가답게 사건을 명확하게 묘사는 군더더기가 없고 가독성이 매우 좋아 놀라웠다. 요즘 책태기가 와서 글이 잘 읽히는데 오랜만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쭉 읽었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자국의 전래동화를 미스터리나 호러로 만든 경우를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품이 처음일 것이다. 정확히는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삼아 다른 배경으로 한 경우는 있지만, 전래동화 그 시대를 그대로 가져와 개작과 재해석을 한 점이 좋았다. 그래서 신선하고 재밌었다.
왜냐면 전래동화는 우리가 어릴때부터 익히 알던 것이라 이 부분은 이렇게 되겠지? 하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작가는 그것을 과감없이 비틀고 반전의 반전을 선사한다.
에피소드는 다섯 편의 전래동화이다. <콩쥐와 팥쥐>, <선녀와 나무꾼>, <오누이 해와 달>, <여우 누이>, <혹부리영감> 모든 편이 재미있었지만, 특히 여우 누이에서 놀랐다. 집안의 짐승을 잡아 먹은 건 당연히 여우 누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이 있다. 혹시? 했지만 보기 좋게 추리에 실패했다 ㅎㅎ 역시 추리작가는 머리가 좋다.
<콩쥐와 팥쥐>는 잘린 발목이 나와서 전래동화 <빨간 구두>느낌도 났다. 국내외 전래동화의 퓨전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잘린 발목이 주된 내용이라 조금 잔인한 내용이 있지만, 실제로 원래 원작에서 팥쥐는 젓갈로 만들어 팥쥐엄마에게 주는 것이다. 원작이 훨씬 잔혹해서 이 책은 오히려 순화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ㅎ
<선녀와 나무꾼>도 반전의 반전이었다. 여기에는 <토끼의 재판>에 등장하는 토끼의 후손이 나와서 코난처럼 추리를 해줘서 재밌고 훈훈했는데 결말이.. 우리 토끼 왜.. ;_ ; 흑.. 결말을 직접 보시라 맴찢이다.
<오누이 해와 달>는 <빨간 모자>가 들어갔다.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손으로 딸을 속이려 했지만 쉽지 않다. 처음에 제목이 살인귀와 식인귀라고 해서 혹시 엄마가..? 했는데 반전의 반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편이 가장 잔인했지만 가장 슬펐다.
마지막 <혹부리영감>은 혹부리 영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파란 눈의 백정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신비로운 힘으로 벌어진 일이라 아이디어로 가장 돋보였다. 스위치 능력으로 신분과 모든 것을 레벨업한 백정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다들 전래동화는 뻔하고 식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멋지게 만들 수도 있다. 편견을 뒤집고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다. 작가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신인이니 앞으로도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써서 독자를 기쁘게 하면 좋겠다. 색다른 전래동화가 보고 싶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