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은어
서한나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의 음식.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엄마 음식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꽃님씨처럼 엄마도 오이지를 담는다. 소금물에 재워놓았던 오이를 건져내어 면포에 싸 꼭꼭 짜댄. 입에 넣고 씹으면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의 그것.

먼저 읽은 누군가 그랬다. 너도 아마 이런 기분이겠다고.
맞다, 엄마가 나를 떠나고 나면 나는 엄마의 음식이,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만들었는지 떠오르겠지. 그러면서 가슴이 찌릿하겠지.

읽는 동안, 지난 여름 재워둔 오이를 짜겠다고 싱크대 앞에서 엄마랑 아빠랑 나랑 쪼르르 줄을 서 교대로 오이를 짜던 날이 떠올랐다. 엄마 닮아 손목이 시원찮다고 투덜거리던 나와, 나이 먹어 힘 없다고 엄살부리던 아빠와, 부녀가 하는 모양새가 영 성에 안 차 잔소리를 해대며 결국 혼자 낑낑대고 오이를 비틀던 엄마의 빨간 손.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대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귀로 듣고, 눈으론 꽃님씨의 오이지 맛을 따라가며, 머릿속은 지난 여름 우리 셋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