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식.내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엄마 음식이다.해마다 여름이면, 꽃님씨처럼 엄마도 오이지를 담는다. 소금물에 재워놓았던 오이를 건져내어 면포에 싸 꼭꼭 짜댄. 입에 넣고 씹으면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의 그것.먼저 읽은 누군가 그랬다. 너도 아마 이런 기분이겠다고.맞다, 엄마가 나를 떠나고 나면 나는 엄마의 음식이,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만들었는지 떠오르겠지. 그러면서 가슴이 찌릿하겠지.읽는 동안, 지난 여름 재워둔 오이를 짜겠다고 싱크대 앞에서 엄마랑 아빠랑 나랑 쪼르르 줄을 서 교대로 오이를 짜던 날이 떠올랐다. 엄마 닮아 손목이 시원찮다고 투덜거리던 나와, 나이 먹어 힘 없다고 엄살부리던 아빠와, 부녀가 하는 모양새가 영 성에 안 차 잔소리를 해대며 결국 혼자 낑낑대고 오이를 비틀던 엄마의 빨간 손.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대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귀로 듣고, 눈으론 꽃님씨의 오이지 맛을 따라가며, 머릿속은 지난 여름 우리 셋의 뒷모습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