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 2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얼음 공주와 미라 전사들 경희 고고학 고대사 연구총서 1
N.V. 폴로스막 지음, 강인욱 옮김 / 주류성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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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2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얼음공주와 미라전사들-N.V. 폴로스막


"한 시대의 얼굴은 죽음의 모습에 반영된다."

이 책은 북방 유라시아 고고학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알타이 우코크 고원의 파지릭문화 고분'과 '미라연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각 장에는 고고학은 물론 병리학, 신화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연구를 종합한 결과를 풍부한 사진과 일반적인 고고학 자료에서는 얻기 어려운 다양한 유기물자료와 미라를 통하여 2500년전 알타이 초원을 지배했던 유목민들의 삶과 죽음을 정리한 저서로 1990~96년 사이에 우코크고원의 파지릭문화를 조사하여 얻어진 새로운 자료들을 담고 있다.

우코크의 파지릭문화 무덤 중에는 도굴되지 않은 채 ‘얼음 속에 갇혀 있는 얼음공주’

‘얼음 속에서’ 발견된 놀라운 여성의 미라는 산악지대의 얼음과 추위 덕분에 몸에 새겨진 문신은 물론, 옷, 생활용품, 마구 일괄, 식물 그리고 음식들이 지금까지 잘 남아있었다. 이러한 신비한 고대 파지릭 문화에 대한 지견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죽음의 도시에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2500년 전 알타이 고원지대를 다스리던 사제 겸 부족장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속해있던 집단을 어떤 사람들은 ‘황금을 지키는 그리핀’이라고도 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월지’라고도 했다. 그녀는 외형상 뚜렷한 이란계통과 토착 몽골인의 혼혈이었고 어려서부터 골수염을 심하게 앓아서 말을 타고 초원을 다니는 정상적인 유목민의 삶을 살기 어려웠다. 정상적인 여인으로 살기 어려웠던 그녀는 의례를 주재하고 신과 맞닿는 삶, 독신으로 살았으며 20대 중반에는 유방암에 걸려 몸은 점차로 쇠약해져갔다.
그녀 생애의 마지막 가을에는 겨울 목초지로 이동하던 중 말에서 낙마해서 뼈가 골절되는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이후 침상에 몇 달간 누운 채 투병을 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을 때는 아직 동절기로 땅이 녹아 무덤을 만들 수 있는 초여름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자신들의 앞날을 예언하고 축복했던 여사제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람들은 몇 달간 그녀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하여 염습을 했다. 먼저 그녀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고, 목제 숟가락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머릿속의 뇌수를 뽑아냈다. 내장의 빈 자리는 부패를 방지하는 약초들을 채우고 다시 꿰매서 원형을 유지시켰다. 피부에도 부패를 방지하는 약초를 바르고 시신이 베던 베개와 주변에는 고수풀 같은 강한 향과 항균작용을 하는 풀들로 덮었다. 염습이 완료된 후에도 그녀의 시신은 원래 입었던 옷 그대로 평소에 누워있던 침상에 그대로 놓여졌다.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그녀의 천막을 찾아와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듯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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