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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하루키의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동화 읽어주는 선생님 앞에 앉은 어린아이처럼 고분고분 받아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재나 등장인물의 특이성을 어느 틈엔가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하루키의 이런 화법은 1Q84에서도 여지없이 나를 사로잡았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분명 하나일 터인데, 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 책을 잡은 나 자신과 오버랩된다. 아, 감정이입이라는 건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인생은 일반인의 잣대로 보건데 분명 유니크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니까. 그러나 정말 무서운 건 그런 굴곡 있는 인생을 하루키는 너무나 덤덤하게, 그만의 비유를 더해가며 편안하게 풀어내어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5년 만에 또 하루키의 포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