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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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고를 때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이번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책 표지와 띠지가 예뻐서 끌렸다.


그만큼 책과 저자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었지만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니 책 내용이 궁금해졌다.


2000년생인 작가 아오바 유는 2016년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였고 나이 대비 꽤나 다작한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작가의 진솔함이 묻어난다


라고 책 날개에 적혀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그 말이 무엇인지 공감됐다.



그리고 작가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 책을 통해 


‘예전에 느꼈던 설렘과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어쩌면 작가는 책 속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불안함, 막연함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무언가 닿을듯 닿지 않는 미래를 막연히 긍정하는게 아니라

불안해 하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인물이 있고, 다른 길을 택해 나아가는 인물도 있다.


그 속에서 줏타의 노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가 공통적인 매개채로 표현된다.

다들 그 노래에서 알 수 없는 힘을 느끼는데 ㅎㅎㅎ 

맞아 꼭 살면서 그 시절에 꽂히는 노래가 있다.


각 주인공들은 줏타의 노래와 함께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시절의 자신을 추억한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각 챕터의 소제목을 일본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설에서 노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개채인 만큼

작가가 이런 디테일까지 굉장히 공들여 설정했겠거니 싶고

각 노래들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장벽만 아니라면)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우연히 듣게된 노래를 통해 위로를 얻은 하루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관성과 권태가 가득한 삶에서 나아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모습은 현시대 사회초년생들과 많이 겹쳐보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줏타와 그 주변 이야기가 시작된다.


줏타의 첫사랑이자 뮤즈였던 나쓰카


줏타를 신으로 여기는 세이라


줏타와 함께 밴드를 했던 마사히로


음반 회사 대표이자 줏타와 묘한 연결고리를 가진 기타자와


프리랜서 기자 히카리


그리고 다시 한번 세이라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줏타가 만난 그 시절의 인연들은 삶 속에서 만난 줏타를 묘사한다.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줏타의 입장은 거의 서술되지 않지만

그 이야기로 하여금 줏타를 조금은 알것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일본 소설 특유의 섬세하면서 독특한 문체가

낯설면서도 공감을 일으켜 이 책에 더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각자가 정의한 줏타를 마음 속에 품고 산다.



그렇게 그들이 갈망하던 '삶의 의미'는 이미 줏타와 함께 사라진지 오래다.

그 사실의 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허전한 마음 속 한구석을

어렴풋한 희망으로 채우며 살아가는 것같다.


책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어쩌면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던진 답을 찾았을까?

아마 답은 알면서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살면서 바뀌어갈 수도 있겠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고 바라는 건, ‘어디도 갈 수 없다‘고 한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습관처럼 한탄하면서도, 결국 어디로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 한탄에 상처받지도 않는다. - P30

무언가를 동경한다는 것, 무언가를 꿈꾼다는 것이 이렇게 큰일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꿈으로 가는 티켓을 손으로 넣는다 해도 날 기다리는 게 열차라고는 아무도 말 한 적 없다. - P91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아직 밴드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 P159

"다 같이 하면 더 굉장한 곡을 만들 수 있어."
규타가 그 말을 한 순간, 인생이 바뀌었다.
밴드를 만들기 위해 기타자와는 드럼을 시작했다. - P235

그렇게 준비에 준비를 더해 도달한 것이 지금의 나인가.
......이런 ‘지금‘에 도달하고 싶었던 걸까? - P301

우리는 줏타의 뒤를 쫓는다.
이미 죽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아직도 달려간다.
이미 결말을 아는데도 계속해서 나아간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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