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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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구제라는 말은 사회복지라는 말로 바뀌었다. 신청자 귀에는 빈민 구제만큼이나 나쁘게 들리는 센소리 명칭이다. 만일 인간이 이상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이상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권력욕으로 가득하여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늘 존재할 것이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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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 5위 안에 위치한 나라 스웨덴, 그곳에서 다섯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이자 싱글맘으로 살았던 1918년생 저자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책의 제목 그대로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살아온 청소노동자이다. 그녀는 52세에 일기소설로 데뷔하여 수상과 함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89년 사망한 그녀의 30주기를 맞아 2019년 그녀의 이름을 딴 광장이 생겼으니 유명작가 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임이 분명하다.

또한 단순한 개인의 일기가 노동운동, 좌파운동, 여성운동의 관점을 반영한다 할 정도이니 책의 내용이 단순히 하루 일상을 그린 일기보다 저자의 식견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 된다 할 수 있겠다.


 책의 초반부터 눈을 사로잡은 것은 1953년 한국 위기로, 다섯 아이의 겨울옷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한국 생각을 하며 "한 철이 지나면 그곳에는 얼마나 많은 재킷이 필요할까?" (14쪽)라고 생각한다.

지구반대편의 비극을 걱정하면서도 그녀는 앞으로 계획적인 살림을 할 것을 다짐하며 냉정을 찾는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역할이자 가장 어려운 직업은 엄마로 사는 일 같다. 일종의 책임이 생기고 날마다 무능력을 실감한다. 모성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적어도 몇 분 정도는 그럴 것이다." (59쪽)


 노동과 육아, 학업을 병행하면서 독서와 사색을 잊지 않는다.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열렬한 욕망, 소유병은 전쟁의 극히 중요한 원인이자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정치세계를 괴롭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49쪽)

자신이 읽은 버트런드 러셀을 이야기하며 그녀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이 좀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내면의 고통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삭히는 것보다 외부로 관심을 돌림으로써 승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가난하다는 것은 가슴속에 항상 큰 응어리가 맺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식으로 낭비할 때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93쪽)라고 하며 감정적으로 젖어들 것 같은 현실을 해석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와 사뭇다른 복지 시스템에 감탄하기도 했다. 때때마다 옷을 지급하고,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작가는 이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죄인의 의자'에 앉아 구걸하느니 사회복지과에서 청소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하며 무작정 복지 혜택에 기댈 것이 아닌 노동의 값어치를 강조한다.


 "사회복지대상자를 처음 방문할 때 공무원은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복지대상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296쪽)

 '약자복지'를 하겠다는 정부는 이와 반대로 2024년 보조금 예산을 5000억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하며 복지 분야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빈부의 격차가 명확히 드러나는 자본주의 사이에서 이 커다란 갭gap을 줄여주는 것은 복지일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이런 복지제도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시행되었다.

물론 당시 한국은 전후복구로 말미암아 인권, 노동권, 복지와 같이 기본적이고 섬세한 부분을 신경쓰기 어려웠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선진국 대열에 오른 지금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약자에 대한 구제책을 줄인다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본 서평은 교유당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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