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으니 - SF작가들의 유사과학 앤솔러지
문이소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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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유사과학의 확증 편향 공세에 시달리는 (비합리적) 현대인을 위한, SF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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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원주 샘마루도서관 개관기념으로 심채경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왔다. 우리가 감성에 취해 흘려 넘긴 과학적 팩트를 이과적 시선으로 요목조목 지적하시는데 달변이시기도 하지만 그 색다름에 많이 웃었다.

유사과학은 이런 ‘사실’에 입각한 내용과는 다른 차원의 사이비과학이다. 어떤 주제나 대상에 대하여 맹목적인 믿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짤에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Flat Earth theory를 다양한 이유를 통해 설명하는 것을 보았으니 말이다.

서평단으로서 읽은 이 책은 “누구보다 과학적인 SF 작가 10인이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을 지배하는 세계”를 그린 엔솔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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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개벽>
#이산화 <소같이 풀을 먹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최의택 <유사 기를 불어넣어드립니다>
#이하진 <비합리적 종말점>
#전혜진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아>
#손지상 <엑소더스>
#문이소 <정기유의 화양연화>
#이주형 <해상도의 문제>
#홍준영 <그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홍지운 <유사과학소설작가연맹 탈회의 변>

MBTI, 화성여행, 판데믹, 타로카드 등 살면서 한 번씩 들어보았고, 관심을 가져보았으며 경험해 본 소재들을 중심으로 확장된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이 놀랍다. 유사과학이 SF와 만나면 현실은 현실을 뛰어넘는구나, 감탄해본다.

인상 깊었던 몇몇 작품에 대하여 정리해보았다. (다른 작품들도 뛰어나다. 꼭 읽어보길!)

📍<개벽 - 정보라> 아베르토 카엘로, 개볘. 첫 문장 “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다. (9쪽)”부터 의미심장하다. 암을 극복했다는 지인을 따라 모 단체에서 숯과 소금을 먹기 시작한 윤 씨는 조상숭배, 즉 기복을 위하여 점차 그 단체에 빠져든다. 후손들에게 진리를 전한답시고 개벽론에 푹 빠진 윤 씨는 가족들과 심각한 갈등에 빠지는데?! 과연 무엇이 개벽인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자색소금.. 그것은 무엇?!)

📍<소같이 풀을 먹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 이산화>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인간이 공룡과 함께 살았다는 증거를 찾아 나선 한국창조과학연구소의 창조증거탐사대(명칭에 활동 목적이 너무 명확하게 들어있다!). 한때 건실한 신앙공동체로 알려진 해당 단체는 탐사 보고서로 말미암아 이단, 사이비로 전락하고 만다.
문제의 중심에는 장 박사가 있는데 “‘자칭 보수 교단이라는 놈들이 진화론자들의 이간질에 넘어가, 영적 전쟁의 최전선에서 무신론적 인본주의 사상과 싸워온 창조과학자들을 오히려 이단이라고 배격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토했다.” (67쪽). ....뭐, 여기까지...

📍<유사 기를 불어넣어드립니다 - 최의택>
“그리고 그쪽 외계인이라면서요.” (78쪽) 이 한 문장부터 머리에 때엥~ 그렇다, <맨 인 블랙>이다. 지구인과는 조금 다른 기운을 가진 외계인이 우연찮게 동네 아줌마 복순씨를 치료하면서 비공식 ‘기 치료사’가 되었다. 온 동네가 인정하는 그녀를 찾아온 근육병을 앓는 아이의 어머니는 감사하다며 봉투를 내려놓는다. 공식적인 기 치료사가 된 외계인 해수씨, “이젠 아예 대놓고 외계인으로 살겠다 이거여?” (94쪽)

📍<비합리적 종말점 - 이하진>
“전례 없던 기생충이 세상을 평정했다.” (107쪽) 아멜리아뇌조충이라 불리는 기생충은 인간의 두뇌를 시작으로 척수를 갉아먹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외과적 수술을 하여 감염된 인간을 살려낸다 하더라도 고양감의 부재와 같은 우울감을 느끼는데, 이 기생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꼽등이에 기생하는 연가시를 수년간 지속된 코로나 판데믹에 비유한 듯한 작품.

📍<그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 홍준영>
30년 전 발생한 돼지열병으로 정부의 극단적 조처에 돌아버린 ‘한 때 축산인’이자 FBI 수배명단 우선순위 10위 안에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메이저영감은 자신이 개발한 약물로 한때 좀비 돼지를 양산해냈다. 자수로 잡혀온 그는 “이제 세계는 바뀔 거고 그대들은 그 세계를 목도하겠지. 미안하게 됐네.” 라고 말한다. ‘야수학’을 근간으로 괴물을 양산해낸 그는 혁명을 일으킬 것인가?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렉터와 스탈링 요원을 보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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