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6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순규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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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음»은 근대문명의 자유이기심이 만든 외로움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1914년 출간되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일본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1, 2부는 주인공인 , 3부는 선생님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평범한 대학생인 주인공 는 어느 여름날, 가마쿠라의 한 해변에서 선생님을 우연히 만난다. 서양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선생님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고, 풍겨 나오는 지식과 혜안에 이끌려 선생님을 동경하게 된다. 이런 선생님에게 인생 교훈을 배우고 싶지만 세상만사 염세적이고 비밀스러운 선생님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린 시절 친척에게 배신당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선생님. 똑같이 비겁한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한 여성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자 질투심과 욕심에 눈이 멀어 그 친구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그로 인해 친구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선생님은 여성과 결혼한다. 이후 선생님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역겨움에 마음을 굳게 닫고 살았지만, 진심을 다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인공 를 신뢰하게 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연을 에게 털어놓고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평소에는 모두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네. 적어도 보통 사람들이지. 그러다가 만약의 일이 발생하면 갑작스레 모두들 악인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서운 거라네.”

 

선생님은 본인 만큼은 남을 배신하고 상처 주는 부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정신적 고양을 위해 노력하는 고매한 지식인이라 생각해왔을 것이다. 그랬던 그도 결국 급박한 순간에 처하자 그런 모든 것과 상충하는 자신의 욕망 즉, 자유와 이기심에 지배당하고 만다.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친척의 욕망과 다를 바 없는 욕망이었다. 이는 비단 «마음» 속 선생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남들과 다르고 싶지만 마찬가지로 속물 같은 자신에 대한 괴로움, 스스로 도덕적으로 선량하다고 믿고 싶지만 막상 급박한 순간이 닥치면 튀어나오는 본성을 보면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신이 그려놓은 이상적인 인간상이 무너졌을 때의 실망감과 고통은 «마음»의 선생님이 그랬듯 평생 나를 옥죄고 고립시킬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과오와 죄의식을 다음 세대인 에게 털어놓는다. 위에도 서술했듯 를 선택한 이유는 가 진실된 사람이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디 다음 세대들은 진실된 마음으로 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를,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을 집필하지 않았을까. 소세키는 100년도 전부터 앞으로 이 현대사회가 인간의 자유이기심으로 더욱 고독해지리라 꿰뚫어 보고 시대가 바뀌어도 와닿을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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