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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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르망디. 그곳은 매캐한 화염으로 뒤덮힌채로 전쟁의 일부분을 아주 잘 보여주는 곳이다. 그곳에 한국인 한명과 일본인 한명이 강아지 속에 고양이 처럼 어울리지 않은 채 섞여있다. 그들은 어디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낡은 사진 속에서 본 동양사람으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준식과 요이치. 그 둘은 일제강점기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식모의 아들과 주인집 아들로, 같은 학교의 달리기 경쟁자로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시대적 흐름속에 악연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는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시절의 일본은 영토확장으로 여러나라와 전쟁중에 있었고 이 두청년의 인연은 전쟁중에 피어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준식은 반강제로 요이치는 자원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서 쉽사리 풀릴 줄 알았던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그 둘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공간까지 가게 된다. 서로에게 너무나도 앙숙이었고 개인의 심리가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심리와도 너무나 유사하게 보여졌기 때문에 비록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나일지라도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부분들이 잘 묘사되었다. 한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보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어서 입장에 따른 세부적인 심리묘사가 두드러졌고 특히 전쟁의 묘사는 그 지형부터 세밀하게 표현되어 현실감을 높였다.

 

이 두 청년이 처음에는 앙숙이었지만 중국-소련-카자흐스탄-독일에 이르기까지 삶의 밧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갇힌 두 청년의 심리를 조금씩 무너뜨려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특히 제국주의의 생각에 사로 잡혀서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요이치를 준식은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간절하면서도 애뜻하게 느껴졌다. 준식 스스로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자신의 마음을 주변의 환경과 더불어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구 한바퀴를 도는 거리와 시간이 각 개인의 심리와 잘 어울어져 담겨져 있으며 서로 다른 상황과 역할을 가진 두 청년이 하나의 마음이 되어서 서로를 보듬어주고 희생하는 마음이 국적과는 전혀 다른 인간애를 보여주는 것이라서 감동적이었다. 악연으로 시작해서 인연으로 이어지는 사람의 관계가 시대적 흐름에 이끌려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사람으로서의 본성은 가슴속에 항상 품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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