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참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너무 아련하다. 추억과 비슷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난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움은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뒤따르면서도 할 수 있는 걸 하지 못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 대상 또한 엄청나게 많을 수 있지만 난 특별히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사람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연락을 들을 수 없는 사람에게서 오는 그리움은 사물이 가진 그리움보다는 훨씬 크다. 어찌 보면 사물에 대한 것은 그리움이라고 표현하는 것 보다 추억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4명의 작가가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을 그리움과 추억이라는 단어로 다양하게 표현해 놓았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름을 잘 들어 본적이 없는 작가임에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그 그리움이 특별하지 않고 일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내가 생각한 그리움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이 보이긴 했으나 어느 글에서는 정말 공감하고 느끼고 싶은 그리움의 절정을 표현한 부분도 있어서 그리움의 강약이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그리움의 약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마 그리움보다는 추억과 유사한 면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타인의 추억을 통해서 독자 자신의 그리움을 새롭게 생각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인 [그리움의 발견]도 그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리움을 발견한 것을 표현하는 것 뿐 아니라 그리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는 여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내가 생각한 그리움의 절정을 표현한 부분을 소개하자면 첫 번째 작가인 오정희 씨의 [봄이 오는 소리]와 [삶의 풍경] 부분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서는 계절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봄이 있던 시절에는 미처 봄을 싫어하고 지나간 뒤 그 시절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표현한 부분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만 봄을 시간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가고 생각해지는 것에 따라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 스스로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그리움에서 보이는 아련함을 극복하려는 의지마저 보인다. [삶의 풍경]에서는 시골장터를 직접 가서 겪은 일들을 소개하며 그 속에서 보이는 장돌뱅이의 삶을 그리움 화하여 표현했다. 흔히 새벽시장이라고 일컫는 장터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과거 화려하게 꽃피기 전 우리네 삶이 이러했음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야함을 이야기한다. [딸과 어머니]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움과 추억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모든 경험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작가의 섬세함에 나 또한 작가의 나이 정도 되면 공감할 수 있을 요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역시 내가 생각한 그리움의 대상이 너무 국한되어져 있는 것인지 사람이외의 그리움에 대해서는 농도가 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연한 농도 속에서도 새로운 그리움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한 글들이 나의 눈길을 많이 사로잡았다. 오정희 작가 이외의 다른 세 작가에서 볼 수 있는 부분들은 그런 새로운 그리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냄새를 통한 공간과 시간의 추억과 그리움, 서점이라는 공간속에 묻어나는 사람의 냄새와 흔적들, 연민이라는 감정에서 오는 타인에 대한 이해, 오래된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적인 삶의 모습들. 과거 살던 고향에서 날리던 연.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물이나 공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추억을 되새기며 그 시절과 향기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은연 중에 없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그리움 속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나 모습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글들도 있는데 그것은 아마 그리움이라는 아련함에 빠지지 말고 상황에 맞는 올바른 태도도 지녀야함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움이라는 감성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음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의 일부에 속하는 그리움은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추억이자 기억이다. 다양한 삶 속에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에 대한 글을 보여주는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잊어왔던 것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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