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엄청나게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지에 적혀있는 소수의견이라는 단어하나. 과연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소수의견이라 함은 합의체에서 다수결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다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폐기된 의견. 그것은 다수라는 이름아래 묵살되어버리는 소수의 의견이다. 그 소수의 의견이 다수를 이길 의견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아현동 뉴타운개발지역에서 강제철거진압중 두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중 한사람은 재개발지역을 불법점거하던 16세의 아이였고 또 한사람은 강제철거진압작전을 펼치던 전경한명이다. 이 두사람의 연관성에 한사람이 피의자로 구속되게 되는데 피의자는 바로 16세아이의 아버지였다. 그는 불법점거하던 망루안에서 자신의 아들이 전경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각목으로 전경의 뒷통수를 때려 사망케 했다.이 사건을 접하게 된 주인공은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로 변호사가 되기 이전에는 법에 대한 생각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건설회사같은 법과는 상관없는 일들을 해왔지만 경제난에 시달리자 어쩔수 없이 사법시험에 도전하여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그렇지만 사법연수원에서 소수의견에 대한 많은 말들을 법학자에게들으며 자신이 가져야할 법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나가기 시작한다. 

사건의 진실은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데부터 시작한다. 피의자인 박재호는 자신의 아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진압작전에 투입된 전경들의 무죄를 선언했다. 이 두의견 사이의 차이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왜 거짓말을 해야했으며, 그 거짓말로 인해 어떤한 진실이 숨겨있는 가를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주인공(변호사)은 이것을 바탕으로 피의자인 박재호를 만나 다시금 그 사건에 대해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역시 법적인 수순을 밟게되는데 그 증거를 찾는 과정이나 상황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면밀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거진압과정을 지켜본 기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국회의원, 진실을 숨기고 있는 철거용역업체직원과 경찰의 철거진압수순의 적합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찰의 압박까지 

처음에는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한 사람의 변호사로서 사건을 다가갔지만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그속에 숨겨진 거대한 권력과 마주치게 되면서 그피의자를 위해 법이 가지고 있는 소수의견인 정당방위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살인을 살인으로 정당방위한다는 것이 가지는 어려움을 적극적인형태로 풀어나가기보다 정당방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해 많은 증인과 증거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그 노력과정 중에 서서히 드러나는 저항들, 단순히 거짓말속의 진실을 알려고 하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진실은 밝혀서는 안되는 국가권력의 오류를 담고 있기에 사건은 단순살인사건을 넘어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끌게된다. 

철거용역업체와 경찰과의 유착관계, 청와대의 경찰작전지시, 검찰의 경찰감싸주기, 개발업체의 청탁등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끼리의 관계는 재개발 지역의 일반적인 시민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의 한 부분일 것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반항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경찰은 최소한의 타협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강제진압을 집행함으로 인해서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죽게 된 것이다. 진압과정이 정당했음을 주장하며 전경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법이 지켜야 할 시민 한사람을 사지로 내모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권력의 치졸함. 은폐를 더 감추기 위해서 법을 악용하는 수준에 이른 검사. 이 모든것을 알게된 주인공은 과연 시민을 지켜주는 것이 법이 될 수 있는 가를 되묻고 있는 듯하다. 권력앞에 법조차 이용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 우리는 어쩔수 없이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기에. 그런 다수의견을 표현하는 자들 앞에 무기력하게 당해야만하는 소수자의 의견을 보이기 위해서 진실의 표현을 거둘 수는 없는 것이다.

권력의 부당성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증인들과 증거들을 국민참여재판까지 끌고 가면서 소수의견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결과는 당연하다는 듯이 패소. 국민참여재판의 평결을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까지 만들어내라는 판사의 의도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버린 것일까? 많은 오류를 밝혀내고 피의자의 무죄를 평결하는 배심원이 있다고 하지만 법이 가지고 있는 다수의견이라고 하는 판사의 의견은 그것들을 무시하며 여전히 다수가 이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확실히 다수의견이 이긴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있기에 계속적인 저항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것도 잠재적으로 남아있다. 

책을 덮으며 착착하다는 심정을 계속 떠올렸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권력이 이렇게 무서운것일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재개발이라고 해서 꼭 이렇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하기가 힘들것이다. 오래된 집이나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위험성을 미리 알려주고자신이 생각하는 경찰이나 그외의 기관들이 꼭 자기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끔해준다. 현실에서는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을 이기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책에서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그 가능성이 현실에서도 조금은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마지막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