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사단장 죽이기(무라카미 하루끼)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이미 진부해진 이름
무라카미 하루끼입니다.
그래도 사서 읽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하루끼의 책은(벌써 몇년 전이네요)
"여자없는 남자들"이라는 단편집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입니다.
무척 잘~~ 읽었던 책들입니다.

이 책 "기사단장 죽이기"는 또 다른 하루끼를 만나는 듯 합니다.

우선은 굉장히 일본색이 강해진 듯 합니다.
일본 작가이지만 일본색이 없다는 것이 일본 문학계에서의
비판이면서 하루끼가 세계적인 작가가 된 이유중이 하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굉장히 일본스럽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한 책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듯 합니다.

책의 처음을 여는 얼굴없는 남자의 의미도, 결국은 돌려받지
못한 펭귄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인 인물인 멘시키 역시 분량에 비해 퇴장이
너무 초라합니다.
쇼코의 애인으로 퇴장하기엔 멘시키 분량이 너무 많지 않나
생각됩니다.

중간 중간 너무 많은 섹슈얼리티는 좀 부담스럽기 조차 합니다.

주인공(생각해 보니 주인공 이름이 한번도 안나온 듯 합니다.)이 발견한 사각의 지하와 메타포의 세계에서의 모험이 마리에라의 귀환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도 참 모호합니다.
바닷가에서 만나 그 여자와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는 무엇이었을까요?
내안의 정체모를 이중의 악한 메타포일까요?
기사단장의 역할 역시 모호하긴 매 한가지 입니다.
도대체 이데아라는 이분은 마리에라를 구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래도 제일 소설같은 이야기는 아마라 도모히코라는
노화백의 이야기 입니다.
차라리 아마라 도모히코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좀더 심플하게
구성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재작가라 불리는 작가앞에서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분이 이걸 볼것도 아니고.
뒷담화는 뒤에서 하는 맛이죠)

중간 중간 다양한 음악, 미술, 문학, 자동차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돈 조반니같은 음악은 모르지만 얼마전 읽은 악령의
"끼릴로프"는 무지무지 반가웠습니다.

1, 2권 1,000페이지가 되는 분량도 적지 않지만 앞자락에
깔아 놓은 것들을 마무리하려면 3권까지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유즈와 다시 살게된 마무리는 너무 싱겁게 끝나 버린 듯합니다.
8개월 보낸 그 곳은 후쿠시마 원전과 가까운 바닷가 마을로
원전사고로 그의 8개월도 묻혀 버리게 되죠.
그가 보낸 8개월은 파도의 포말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책의 내용 중 아마라 도모히코의 동생이 난징 대학살의
군인으로 징집되었고 학살의 트라우마라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이부분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난징 대학살 자체를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작가는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일부 극우 인사들은 인격 살인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한 작가의 답입니다.

"우리 역사를 우리에 맞게 다시 써도 결국 다치는 것은
우리뿐이다.
벗어날 방법이나 숨길 방법 그런 건 없다.
만약 방법이 있다면 상대조차 인정할 만큼의 사죄
그것 하나뿐이다."
"내가 대표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대표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다.
오직 나의 신념 뿐이다.
작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품격이다.
소설가는 예술인이기 이전에 자유인이어야 한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한 인간으로써 작가로써 멋짐 폭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