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오직 두 사람(김영하)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입니다.
예약 판매로 무려 '초판'을 샀습니다.
조만간 낭독회도 참석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
봅니다.

이 책은 7편의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작가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상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에 대해 섬뜩하게 이야기 합니다.

 

아버지라는 울타리가 굴레가 되어버리고 그 굴레가 삶이
되어버린 현주의 이야기.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두 사람의 언어.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언어를 쓰는 사람의 외로움.
아버지라는 굴레를 잃어버린 현주의 쓸쓸함이 참 묘하고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현주를 사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잃어버릴 수 없는 아들을 잃어버린 부부.
일상의 모든 것을 아들을 찾은 후로 미뤄버린 부부.
그리고 11년 후에 다시 찾은 아들.
미쳐버린 아내. 유괴범을 엄마로 알고 큰 성민이.
낡고 더럽고 좁은 단칸방의 부모를 만난
어린 소년. 잃어버린 아들을 찾은 이후의 삶이 더 고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죽은 인아, 인아의 남편을 거의 죽인 아디다스,
병실의 인아 남편, 아무일 없이 살아 남은 서진.
제일 진부한 서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평범한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인생의 원점"이었습니다.

"옥수수와 나"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수록된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샀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왔네요.
정말 이상한 이야기 입니다. 해체적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상한 이야기를 정말 이상하게 쓴 내용입니다.
아마 작가도 이야기는 빨리 쉽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상하면 어때요. 옥수수만 아니면 됐지....
이책에선 제일 가벼운 에피소드라고 생각됩니다.

 

아버지의 유골보다 한벌의 멋진 "수트"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내 아버지일 이유는 이 "슈트"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탐나는 "슈트" 한 벌.
슈트라도 한 벌 있으니 위안이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최은지와 박인수"
장난치듯 생을 낭비하는 최은지와 죽음을 목전에 둔 박인수.
두 사람을 겪어내는 주인공(이름이 없네요. 생각해 보니)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해야겠네요.

 

7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마지막의 "신의 장난"입니다.
지금만 버티면 더 나아질거라고. 지금이 최악이라고.
조금만 노력하자고.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가 꼭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리를 너무나 무섭게 이야기 합니다.
이 막막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추억될 수 있다는 무서운 진리.
저 문만 열고 나가면 될것 같은데 그 문 뒤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그 비루함이란 것이 처절하고 무섭습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얇고 허약한지.
얇고 허약한 일상에 균열을 버틸 힘은 있는지.
힘이 없어도 버텨야 하는 삶은 또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어쩌면 하루하루의 삶이 얇고 허약하고 가혹해서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책입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 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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