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때문에 읽게된 책입니다....
'핑거스미스'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길고 지루한 묘사가 벽이긴 하지만 그벽만 넘는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빌어 인간의 모순과 욕망을 그려냅니다.
특별히 야한 소설 읽기 모임을 통해 귀족, 특히나 남성들의 이중성과 비겁함을 비판합니다.
이 소설은 귀족 남성들이 나오긴 하지만 철저하게 여성 소설입니다.
귀족으로써의 틀을 죽음으로 깼던 모드의 엄마,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 낸 석스비 부인,
그리고 필연과 악연, 연인인 주인공 모드와 수.
귀족 여성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어린딸에서 자유로움을 선물했던 엄마.
자신의 목숨을 바쳐 자신의 딸은 비천한 삶에서 구하고자 했던 엄마.
사랑하는 모드를 위해, 사랑하는 수를 위해 기다려야 했던 시간, 도망쳐야 했던 시간.
소설은 모두 3부로 되어있습니다.
1, 2부에서 차곡차곡 쌓여진 이야기가 3부에서 폭발하는 듯 합니다.
영화와는 많이 다르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되죠.
영화 아가씨는 1부와 2부는 그래도 나름 원작에 충실합니다.
그러나 3부를 과감히 삭제해버린 듯 합니다.
그래서 원작과는 많이 다른 결을 같게됩니다.
원작인 핑거스미스가 여성성이 진한 소설이라면
영화 '아가씨'는 여성성을 충분히 상업화 한 영화입니다.
마치 브라이어에 모여든 귀족 남성들 위한 영화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쉬운 지점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모드와 수와 석비스 부인에 몰입했다면
영화는 자연스럽게 젠틀먼의 시각이 됩니다.
영화만 봤을때는 잘 만들어진 영화고, 특히나 미술적 감각이 광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보고 나니 영화의 아쉬움이 더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