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늘 관심은 있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은 작가 중 한사람인
"한강"작가의 책입니다. 작년에 출판된 책 입니다.
음~~ 이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제된 언어로 표현된 깊은 고통"입니다.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문장들은 덤덤하지 이를데
없습니다.
고통을 정제하기 위해 작가가 견뎌냈을 고통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지요. 여린듯 보이는 작가의 모습에 그녀가 겪을 고통이
배가 되는 듯 합니다.

주인공 소년은 동호입니다.
80년5월 그날. 동호네집 문간방에 세들어 사는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동호는 그 두려움으로 그 죄책감으로 그 미안함으로
도청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돕습니다.

은숙은 공장에서 함께 노동 운동하던 성희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도청에 들어와 그날을 함께 합니다.
그날의 그 두려움에 그 죄책감에 그 미안함에 결국 세상속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되어 버렸습니다.

대학생 청년 진수. 도청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책임졌던 인물.
그날 도청에 있었던 그는 많은 것을 목격하고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진수는 결국 그날 그곳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쩌면 자기 때문에 동호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그 두려움에
그 죄책감이 그 미안함에 자기의 인생을 온전히 살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미안해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죽은 정대, 원혼이 된 정대의 독백은 독특하기도 했지만
리얼한 묘사와 움직일 수 없는 몸의 이야기가 절망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읽는내내 80년 5월 그날 그곳은 소설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것
이라는 생각에 더욱 먹먹해 집니다.

볕좋았을 어느날, 그 당시 국민학교 1학년 쯤이었을 저는
아마도 엄마랑 받아쓰기 연습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줄넘기 연습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희 부모님은 TV속 광주 모습을 보며 혀를 차며 빨갱이들
탓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살았습니다.

여전히 누군에 기억속에 살아 있을 동호와
여전히 동호를 기억하는 그의
가족들과, 이제는 잊혀져가는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때로는 더 아프게
소설로, 이야기로, 음악으로, 미술로 계속 변주되어
그 고통을 위로해 주고 치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마도 그런 힘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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