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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지루한 고전일 것 같아 출장가는 기차안에서 수면용으로 가방에 넣은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루하기는 커녕 흥미진진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야기가 잔인할수록, 주인공들이 고통스러울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역시 타인의 고통은 나에겐 구경거리에 불과해서 겠지요.
박찬욱 감독의 '박쥐'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테레즈는 태주, 카미유는 강우가 라캥여사는 나여사 더군요.
이름뿐 아니라 퐁네프 파사주의 잡화점과 영화속 나여사의 포목점과 계단으로 이어진 2층 집의 분위기도 무척 닮아 있네요.
박찬욱 감독은 이책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드물게 하층민, 불륜, 살인 같은 선정적 주제를 다룬 것이 당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죠.
재미있는 건 작가가 2판 출간시 당시 논란에 대한 반박을 서문으로 실었다는 것입니다. 이분에 성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고양이가 발톱을 감추듯 자신의 뜨거운 욕망을 감추가 살아가던 테레즈와, 둔하고 게으르고 욕심많은 로랑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둘은 행복하게 살기위해 카미유를 죽이고 결국 결혼하고 병든 라캥부인의 수발을 들며 살게되지만 살인의 죄책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게됩니다.
죽은 카미유로 벗어나지 못하는 살인자들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에밀졸라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해부하듯 묘사하는 글이 묘한 재미를 더 합니다.
영혼없이 피와 신경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한 객관적 시선이 잔인하지만 독자로서는 쾌감으로 연결됩니다.
잔인한 쾌감이라는 게 말이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라캥여사.
병약한 아들에게 모든걸 걸고 사랑했으나 결국 익사한 아들,
테레즈의 살인 고백을 들으며 그녀의 수발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결국 극약을 나눠 마시며 죽어가는
로랑과 테레즈를 지켜봐야만 했던 라캥여사.
독자로서 테레즈와 로랑의 행위는 엿보는 위치라면 라캥여사에게는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지금에 우리는 점점 더 영혼없이 피와 신경에 극단적 지배를 받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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