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이 있었고 그녀는 당시 자신의 생각과 모습을, 그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더는 더듬지않았다. 이제 이 새벽의 바람 속에서 오직 현재만이 그녀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 P22

그녀는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전혀 없었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얼마나 하잘것없는 삶인가. 만일 존재하는 것이 그토록 행복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자살했으리라.
- P40

"사람들은 점점 두려운 거예요. 늙는 게 두렵고, 가진 걸 잃을까 봐 두렵고, 원하는 걸 얻지 못할까 봐, 삶이 지루해질까봐, 자기가 지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거죠. 늘 불안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거예요."

- P86

우수에 젖든 찬란하든, 추억에 잠기는 건 샤를이었다. 늘 샤를이 추억을 간직했다. 순간 루실은부끄러워졌다. 그녀는 감정적으로도 샤를에게 얹혀살고 있었고, 이 부분이 다른 무엇보다 곤혹스러웠다. 그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진실을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가짐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 그녀는 정말이지 철저하게 비겁했다.
- P91

그녀는 침대에 앉아 손을 내밀어 그의 피로한 얼굴을 어루만졌다. 샤를이 눈을 감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선해진 기분이었고, 그를 이해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한 감정이 드는 것은 앙투안이 오늘 오후에 나타났기 때문이고, 만일 그가 오지 않았다라면 자신이 샤를을 미워했으리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우리는 행복할 때 다른 이들을 기꺼이 자신의 행복의 조력자로 간주한다. 다른 이들이 의미 없는 참관자에 불과했음을깨달을 때는 오직 우리가 더는 행복하지 않을 때다.
- P104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에게그들이 쾌락으로 맺어지고, 웃음으로 맺어진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그들은 고통으로도 맺어져야 했다. 그녀가 그와 다른 의견을 내세울 수도 있는 거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더는 그에게 다른 의견을 내세우지 않을 터였다. 떠나버렸으므로. - P170

"그러니까, 루실, 언젠가 나한테 돌아와요. 난 당신을 당신 자체로 사랑해, 앙투안은 자기 짝으로서 당신을 사랑하지. 당신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걸 거고, 그 나이엔 그게 맞아. 하지만난 당신이 나와 무관하게 행복하기를 바라오. 기다리겠소,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니까."
- P179

"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뿌리 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 P239

루실은 걸어서 돌아왔다. 집으로, 샤를에게로, 고독에게로,
그녀는 자신이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든 삶으로부터 영원히 박탈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박탈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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